[사설] 환골탈태한 한진重 노사 성과를 기대한다

입력 2013-05-01 19:53

극렬한 노사갈등으로 오래 몸살을 앓았던 한진중공업 노사가 그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인 모금으로 선물꾸러미를 만들어 사업장이 있는 부산 영도 지역의 어려운 주민 1000가구에 전달했다. 노사가 밝은 표정으로 함께한 광경도 흐뭇하지만 분규 사태로 큰 불편을 겪었던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까지 되찾은 성숙한 노사 문화가 반갑기 그지없다.

한진중 노조는 2011년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씨는 노조 지원을 위해 309일 동안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고, 시민·노동단체들은 ‘희망버스’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1년 가까이 계속되던 파업 사태는 지난해 11월 사측이 정리해고자 94명의 복직과 생계비 지급 등 노조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복직한 조합원들은 일거리가 없어 유급휴직을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조합원이 자살하면서 시신을 볼모로 한 시위사태가 한 달간 재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의 싹은 움트고 있었다. 한진중은 최근 벌크선 3척과 해양지원선 2척 등 5000억원 규모의 건조의향서를 체결했다. 조만간 본계약이 성사되면 휴직 중인 근로자 300명의 일거리가 생긴다. 이런 성과를 올린 데는 노조의 협조가 한몫 했다. 지난해 초 출범한 노조는 발주처에 노조위원장 명의로 탄원서를 보내 “노사분규 없이 최고의 품질로 배를 만들어 납품하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정리해고에 맞서 타협 없는 투쟁을 벌이던 과거와 비교하면 환골탈태라 부를 만한 변화다.

한진중 사태는 그동안 여러 문제점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사태의 발단이 된 정리해고가 긴급한 경영상 사유나 해고회피 노력 등의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가 논란을 빚었다. 분규가 악화되면서 법원의 명령도 무시한 초법적 시위, 사회·노동단체와 정치권 등 제3자가 개입하는 나쁜 선례도 남겼다. 그러나 외부의 개입이나 강경일변도 투쟁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결국 당사자인 노사가 힘을 모아회사 살리기에 나설 때 위기 돌파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진중 노사가 지역주민에게 약속한 대로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함으로써 부산의 대표기업, 조선 1번지, 세계적인 종합중공업 기업의 위상을 되찾아 지역사회와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 경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한진중공업이 되살아나면 노사 상생의 노력이 어떤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노사가 과격투쟁과 강경대응의 무익한 순환에서 벗어나 서로 양보하고 조속히 절충점을 찾음으로써 위기에 공동대처하는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