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어민 위한 저축에 공무원들이 왜 끼어드나

입력 2013-05-01 19:45

직업을 속이고 ‘농어민용 재형저축’인 농어가목돈마련저축(농어가저축)에 가입한 얌체족들 때문에 국민들의 혈세가 새고 있다. 금융당국은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적극 나서 부당 가입자를 가려내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어가저축은 영세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로 1976년 파격적인 금리를 내세우고 최장 저축기간을 5년으로, 월 납입 한도를 10만∼12만원의 소액으로 제한하며 도입된 맞춤형 상품이다. 현재 연 5.5%의 기본금리 외에 저축장려금 명목으로 연 1.5∼9.6%에 이르는 추가 이자를 지원해 최고 연 15.1%의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여기에 금리 혜택을 노리고 무자격자인 공무원, 교직원, 은행원 등 안정적 직종 종사자들이 대거 가입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해 부당하게 개설된 농어가저축 계좌가 602개로 2011년(315개)에 비해 갑절 가까이(91.1%) 증가했다고 한다. 또 지난 9년간 적발된 얌체 가입자는 2만명에 육박하며 2009년과 2010년 농어가저축 장려금을 수급한 가입자 중 무려 800명이 공무원이었으며 이들이 챙긴 장려금은 모두 10억3800만원에 이른다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질적 병폐에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감사원이 지도·감독 불철저를 이유로 금융위원장을 주의·통보 조치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니 해도 너무하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금융당국은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농업 외 소득 여부를 확인 요청하는 방법을 통해 얌체 가입자를 뿌리 뽑아야 한다. 가입자로부터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되지 않고도 명세를 파악한 서울시 희망통장 사업을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부당 가입이 적발되면 계약 해지나 일반 계좌 전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편취한 금액을 모두 환수하고 법에 따른 강력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