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비대칭 전력

입력 2013-05-01 19:31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과 기습공격, 게릴라전이 가능한 무기가 비대칭 전력이다. 탱크 전투기 소총 등 전통적인 재래식 무기보다 월등한 위력을 발휘한다. 재래식 무기, 즉 대칭 전력이 부족한 북한이 우리와 전력을 맞추기 위해 비대칭 전력 위주로 군사력을 보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재래식 무기가 아무리 많아도 훈련을 통해 숙달되지 않으면 실제 전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탱크전이 대표 사례다. 야간전투가 가능한 시리아 탱크부대와 야간전투가 불가능한 이스라엘 탱크부대가 한밤에 맞붙어 예상 밖으로 시리아군이 대패한 것이다. 병사 위주인 시리아군은 직업군인인 부사관이 운용하는 이스라엘 탱크에 궤멸당했다. 이스라엘군이 조명탄을 쏴 대낮같이 밝게 해놓고 시리아군을 농락했기 때문이다.

요약하건대 상대의 강점을 피하면서 취약점을 최대한 공격하는 것이 바로 필승의 요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잦은 훈련으로 인한 부대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피할 수 있고 과학적으로 개개인의 전투 역량을 분석할 수 있는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존재가 눈에 띈다.

강원도 오지에 자리 잡은 이 부대는 소대 중대 대대급 훈련을 실전과 같이 할 수 있으며,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해 북한군의 역할을 하는 대항군과 전투를 할 수 있다. 한국의 자랑인 각종 첨단 IT 장비를 동원해 전투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의 개인별 성적표는 물론 부대 성적표도 한눈에 볼 수 있어 우리 군의 전력 향상에 그만이다.

산악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전투에서는 강한 체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수적이다.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전사들에게 끊임없는 훈련을 통한 숙달만이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화기를 익숙하게 다루며 적의 타깃에서 벗어나 살아남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비대칭 전력을 뛰어넘는다. 비대칭 무기 한두 개보다 평소 꾸준한 훈련이 전투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북한이 우리의 독수리 훈련에 맞서 김정일시대의 10배 규모를 훨씬 넘는 훈련으로 유류 고갈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뱁새가 황새 흉내내다 가랑이 찢어진 꼴이다. 그러나 이런 소식에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전쟁이란 대칭, 비대칭 전력뿐 아니라 사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비대칭 전력의 핵심은 바로 하늘을 뚫는 사기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