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의승 (14) ‘하나님·나라·평화 위해’ 해양전략연구소 설립

입력 2013-05-01 17:25


내가 관심을 쏟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해양이다. 바다는 늘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바다를 향한 열망은 드넓은 하나님의 사랑을 향한 소망과 연결된다. 1997년 2월 1일, 바다를 아는 지식 함양과 바다를 경영하는 능력 배양, 그리고 바다를 지키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재단법인 ‘한국해양전략연구소(Korea Institute for Maritime Strategy)’를 설립했다. ‘하나님을 위하여(For God), 나라를 위하여(For Nation), 평화를 위하여(For Peace)’가 법인의 설립 모토다.

바다는 과학이 아직까지 그 신비를 다 파헤치지 못한 지구상의 유일한 대상이자 지금은 이해당사국 간 대륙붕 경계획정 문제, 영유권 문제, 어로구역 조정 문제, 이어도와 같은 관할권 문제 등으로 국가의 사활이 걸린 치열한 다툼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그동안 폐지됐던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것만 봐도 바다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내가 해양전략을 연구하기 위해 순수한 민간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독일의 한 비행기 안에서 비롯됐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하심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초, 사업차 유럽 출장 중 독일 함부르크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 기내에서 헤럴드 트리뷴(Herald Tribune)지를 보게 됐다, 신문에는 휴렛팩커드사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팩커드(David Packard)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팩커드는 부인과 자녀들의 동의 아래 자신의 막대한 전 재산을 팩커드재단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미래 인류의 번영이나 멸망, 그리고 운명까지 바다에 달려 있기 때문에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바다를 연구하는 일에 기여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고 충격에 가까운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자문했다. ‘아, 이 사람은 바다와 어떤 인연이 있기에 바다를 연구하는 일에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부었는가. 에너지를 위시한 육상 자원이 심각하게 고갈되어 가고 있는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인류의 미래도 바다에 달려 있다고 공감하고 있는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장차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으려 하자 갑자기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소 설립의 구상은 그때 이래로 그 질문을 곱씹는 과정에서 조금씩 다듬어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연구소 설립은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라는 빌립보서 2장 13절 말씀 그대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소원을 주시고 행하게 하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그 이후 이성호 김영관 함명수와 같은 역대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의 원로들과 이상우(서강대) 박춘호(고려대) 김달중(연세대) 이서항(외교연구원) 교수 등 학계인사, 윤혁기 SBS방송사장, 안병훈 조선일보 전무, 현소환 YTN 사장 등 언론계 인사 및 정부·정계인사 등 50여명에 달하는 많은 인사와 면담을 통해 연구소에 대한 밑그림을 구체화시켜 나갔다.

연구소 개소까지는 여러 절차들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원만하게 진행됐다. 드디어 1997년 2월 1일 나를 이사장으로, 정준호 전 국방부 차관이자 국방대학교 교수를 초대소장으로, 차흥균 사무국장과 이춘근 박사를 연구실장으로 하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가 이 땅에 태어났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탄생한 연구소였다. 하나님의 크신 뜻이 이 연구소의 앞길에도 넘치게 임할 것을 믿는다.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