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日과 분쟁지역 2등분” 시사, 아베 총리 방문 때 언급
입력 2013-05-01 00:2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분쟁 지역 영토를 이등분하는 방식이 언급됐다고 교도통신이 30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2008년 아무르강 다만스키섬(중국명 헤이룽강 전바오섬)을 양분해 중·소 국경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29일 회담에서 소개했다. 러시아와 노르웨이가 대륙붕 경계 획정시 면적 등분 방식을 활용한 사례도 언급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 측 관계자를 인용, 푸틴 대통령이 쿠릴 4개 섬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방식의 문제 해결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한 아베 총리가 러시아와 평화조약 문제는 물론 외교·국방장관 회담 개최에 합의하는 등 외교성과를 거두자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의 외교행보가 생각보다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러시아를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 제공을 약속했다. 이례적으로 120여명에 달하는 일본 경제인이 러시아 방문에 수행해 경협 관련 논의를 활발히 했다. 러시아의 손꼽히는 곡창지대지만 휴경지인 아무르강 유역에 일본 기업의 투자 확대와 함께 농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소련 붕괴 이전인 1990년대에 비해 인구가 20%나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극동개발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 필리핀 등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국위협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공격적 행보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동북아에서 패권을 다투는 미국이 일본을 이용해 자신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공세적 외교에 밀리지 않기 위해 동남아 국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외교전략을 펴고 있다. 당장 왕이 외교부장은 30일부터 태국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을 순방한다. 중국은 이들 국가와 무역 및 투자 확대, 국제문제 공조 강화 등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킬 선물보따리를 잔뜩 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