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노사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입력 2013-04-30 20:03 수정 2013-04-30 22:18
“주민 여러분! 잦은 집회 때문에 고통이 많았지만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영도조선소가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으로 우뚝 서도록 노사가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최성문 사장과 김상욱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들은 30일 영도조선소 구내식당에서 영도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할 감사의 생필품 꾸러미를 꾸리며 이같이 다짐했다.
임직원들이 마련한 ‘감사 꾸러미’ 선물세트는 5만원 상당의 쌀·된장·간장·식용유·치약·샴푸·밀가루·고무장갑 등 생필품들로 채워졌다.
한진중공업은 회사 사정 때문에 그동안 장기 노사분규를 겪었다. 이로 인해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던 것을 사과하고 묵묵히 성원을 해준 데 감사의 뜻을 담아 선물을 만들었다. 임직원들의 성금으로 마련된 선물 꾸러미는 이날 영도지역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주민 등 1000가구에 직접 전달됐다.
최 사장은 “최근 몇 년 간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돼 ‘희망버스’ 같은 대규모 집회가 영도조선소 앞 도로에서 자주 열리면서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면서 “이에 대한 사과와 회사 회생을 격려해 준 주민들에 대한 감사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비록 때늦은 감이 있지만 노사관계가 대결과 투쟁이 아닌 상생과 협력의 관계로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 혁신하는 노조, 상생 발전하는 노조,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진중공업 노사의 이런 모습에 지역 주민들도 수년 만에 찾아온 ‘한진중공업의 신선한 변화’를 반기고 있다. 봉래동 우성규 주민자치위원장은 “앞으로 한진중공업이 지역사회와 합심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옛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309일간의 고공 크레인 농성, 6차례 희망버스 집회, 올해 초 한 달간 시신시위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이달 초 200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상선 수주에 성공, 회사 정상화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5곳이 발주한 15만t급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3척(1500여억 원)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진중공업이 선정됐다. 빠르면 다음달 최종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4일 해군 유도탄고속함정 3척의 동시 진수식도 가졌다.
대표교섭권을 가진 한진중 노조의 한 노조원은 “상선수주에 성공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노사가 상생의 길을 가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