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장르 불명의 작가
입력 2013-04-30 19:20
요즘 인터넷방송도 많고 매체도 다양해서인지 신간 나온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가끔씩 인터뷰와 출연요청이 온다. 종종 응하다 보니 자칭 타칭 나를 규정하는 문구가 생겼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작가’가 그것이다.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번갈아가면서 내다 보니 장르 불명의 인사가 되었다.
대학에서 소설공부를 하고 졸업 3년차에 등단할 때는 소설책만 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다양한 책을 내게 되었다. 전공은 문예창작이지만 졸업 이후 잡지기자와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보니 후천적 전공이 생긴 셈이다. 자기계발서의 특성상 남들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두기 십상이어서 여러 모로 면구스럽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중계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번갈아 내는 게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런 이들은 꼭 자신도 소설을 쓸 계획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기계발서가 확연히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비슷하다. 상상과 체험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 소설이 되고 자기계발서가 되기 때문이다. 소설을 쓸 때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되 주인공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게 현실과 닿아 있어야 한다. 자기계발서는 현실에서 시작하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꿈을 이야기하는 분야이다.
다만 자기계발서가 일상적인 글쓰기의 연장이라면 소설은 발상부터 기법까지 따로 연마를 해야만 기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이들에게 “소설은 오랜 기간 수련을 쌓아야 쓸 수 있으니 지금부터 소설을 많이 읽으면서 꾸준히 습작하라”고 권한다.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순수문학 이외의 글은 다 잡문이라고 여기며 고고하게 버티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 각오가 무너진 지금, 진심을 담는 게 중요하지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을 단순히 세월의 때라고 여기지 않는다.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잘 쓰기도 힘들고 잘 팔기도 힘들다. 23년째 인터뷰를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로부터 자주 들은 얘기는 “죽도록 열심히 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는 힘이 나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어떤 그릇에 담든 좋은 글을 열심히 써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관건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고, 진리를 따르는 일이 중요할 뿐.
이근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