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포동의안 꼼수 부리려는 국회의원들
입력 2013-04-30 19:19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을 심의·의결할 때 법원의 영장 발부를 먼저 받도록 하는 ‘선 영장 후 동의’ 법안을 제출한 새누리당은 이성을 잃은 듯하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는데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국회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 개정안 제출 이유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포함해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애써 이를 외면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하기 위한 국회 동의를 위해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사본 첨부를 의무화하는 것은 3권 분립 정신에 어긋난다. 구속영장 발부라는 사법부의 결정을 입법부가 심의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또 현행 체포동의요구서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구속영장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중으로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의정활동의 장애를 제거하자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오히려 불법을 저지른 의원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비리를 저지른 동료 의원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국회를 여는 제식구 감싸기가 만연했다. 그 결과 불체포특권은 의원들의 비리 피난처 역할을 하는 데 그쳐 폐지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여야가 입을 모아 불체포특권 포기 등 각종 특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놓고는 지금까지 단 하나도 법제화하지 않은 의원들의 몰염치에 있다. 의원 연금 폐지 방침은 꿩 구워먹은 듯 사라지고 세비 공정성 확보 방안도 아무 소식이 없다. 선거에 임박해 당선부터 하고 보자는 얄팍한 마음에서 실천 의지는 전혀 없이 감언이설로 국민을 속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다. 선거철 한때만 허리를 굽히면 4년을 큰소리치면서 호의호식하는 별종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말이다. 현안이 산적한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장에 각부 장관들은 모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도 자리를 지키는 의원 숫자가 오히려 국무위원 수 보다 더 적었던 적도 있었다. 특권에 기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총선이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쇄신공약을 단 하나도 지키지 않은 정치권을 제대로 심판하기 위해서는 국민소환제 도입도 검토할 때가 됐다. 의원들이 제 손으로 법을 만들지 않으면 입법청원운동이라도 벌여 아무 책임감 없이 특권 위에 군림하는 삭정이를 솎아 내야 한다. 정치권은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영원히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