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부유층들의 빗나간 작태

입력 2013-04-30 19:15

포스코 ‘라면 상무’에 이은 중소 제빵회사 회장의 호텔 지배인 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 졸부들의 추한 단면을 보여준다. 돈이면 뭐든 된다는 천박한 의식으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는 도덕적·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대한민국 ‘가진 자’들의 모습이다.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생산하는 프라임베이커리 강모 회장은 공적인 업무로 호텔을 방문한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등이 잠시 주차하는 곳에 차를 세웠다가 옮겨달라는 요구를 받자 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에게 10여분 동안 욕설을 퍼붓고 지갑으로 뺨을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 호텔 지배인이 “저도 군대 간 아들이 있는 50대이니 욕은 하지 마시라”고 했음에도 강 회장은 “나는 70이 넘었다”며 지갑 속에 있던 신용카드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때렸다. 호텔 고객이고, 나이도 많으니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쯤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식의 발로다.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회사 측은 블로그를 폐쇄했다. 정식으로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약자를 괴롭히는 졸부들이 판치고 있으니 한심하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 사회의 고질인 갑을 문화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섬김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도덕·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

자기 회사 직원이 부당하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사건을 쉬쉬하면서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롯데호텔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감정을 모두 버리고 ‘무한서비스’를 강요하는 회사 측의 굴욕적 행태가 제멋대로인 고객들을 활보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고객들에 대해선 준엄한 조치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