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양극화 심화… 저신용자·영세업체 ‘빚의 수렁’에

입력 2013-04-30 18:58


‘금융 계급’인 신용등급에 따른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은행이 위험관리를 빡빡하게 하면서 저신용자는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나고 있다. 이후 ‘고금리의 덫’으로 내몰리면서 빚더미에 앉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영세기업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이 중소기업을 살린다며 앞다퉈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돈은 우량 중소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는 자금난에 시달리며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에 외면당하는 순간 ‘빚더미’=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 대출 중 비은행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비중은 각각 65.5%, 5.5%다. 이 비중은 2010년보다 각각 0.8% 포인트, 0.9%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신용자의 시중은행 대출 비중은 30.7%에서 29.0%로 줄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 등 상호금융회사, 대부업체를 찾는 것이다.

저신용자가 은행 밖으로 떠밀리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금리 부담’이다. 신용등급 1등급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와 은행 외 금융회사에서 대출 받을 때 금리 격차는 5.3% 포인트에 그친다. 반면 신용등급 10등급이면 22.3% 포인트의 금리 차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은행에 외면당하는 순간부터 빚더미 속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연체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부업체 연체율은 2011년 말 8.0%에서 지난해 6월 말 9.0%로 뛰었다. 저축은행도 2011년 말 12.%에서 지난해 말 13.1%로 올랐다.

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다중채무자 대부분은 저신용자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가계대출액은 2010년 말 8830만원에서 지난해 말 9260만원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3.3%에서 4.6%로 올랐다.

◇기업도 ‘금융 양극화’ 심각해=기업의 금융 양극화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영세기업은 저신용자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늘리는데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6조5000억원이 늘었다. 올해에는 2월까지 두 달 만에 6조9000억원이 추가됐다. 하지만 매출액 규모 1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 대출 비중은 2010년 말 11.8%에서 지난해 말 9.3%로 떨어졌다. 매출액 10억원 이상 60억원 미만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 28.5%에서 27.1%로 줄었다. 이에 반해 매출액 3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0년 말 23.0%에서 지난해 말 26.2%로 크게 올랐다.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것이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영세기업은 저축은행 등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은 2011년에 전년 대비 7.5%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7.6% 감소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잇따라 연체자가 되고 있다. 도·소매업 자영업자 연체율은 2011년 말 0.99%에서 지난해 말 1.14%로 늘었다. 음식숙박업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0.71%에서 0.97%로 증가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