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출서 SOC투자 확 줄여 정부 부담 민간 떠넘기기 꼼수 지적
입력 2013-04-30 18:46 수정 2013-04-30 22:04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내년 세출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고, 재정융자사업의 이차보전(利差補塡·이자차이보전)사업 전환 확대를 제시했다. 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민간에 미루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박근혜정부 5년 동안 필요한 135조원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첫 예산안의 윤곽이 나온 것이다.
이번 발표안의 핵심은 82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출 삭감안이다. 정부는 성공적인 지출 삭감을 위해 기존 사업의 원점 재검토 등 원론적 방안 외에 민자사업, 이차보전 사업의 확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민자사업이나 이차보전 사업 확대는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을 민간에 전가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높다. 민자사업은 도로,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을 나랏돈이 아닌 민간자본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민자사업이 이뤄지면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고, 투자자는 수익을 얻고, 국민은 편의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1994년부터 도입된 민자사업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도드라지고 있다. 민자사업은 초기에는 재정 부담이 적지만 수요예측을 잘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 구조다. 용인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이날 민자사업으로 진행된 용인 등 지방자치단체의 경전철 사업은 총체적 부실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권오인 국책사업감시팀장은 “민자사업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재정이 낭비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차보전 사업도 비슷하다.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가 시행하는 융자 사업을 민간 금융회사 대출로 전환하는 대신 정부 재정융자 금리와 은행 실세 금리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시중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장부상 숫자놀음에 가깝다. 비유하자면 전세를 월세로 돌린 뒤 전셋돈을 빼서 쓰는 것과 같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27조원의 재정융자사업 중 6조7000억원을 이차보전 사업으로 돌리면서 그만큼의 장부상 부채 감소 효과를 봤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 기조를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하면서도 이전 정부가 시작한 이차보전 사업은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정부는 이차보전 사업과 달리 하천 정비, 수질 개선 등 4대강 관련 사업은 축소할 뜻을 내비쳤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