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선진국 돈 풀어도 인플레에 둔감”
입력 2013-04-30 18:47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막대한 돈은 풀고 있지만 정부의 긴축기조에 눌린 탓에 인플레이션에 점점 둔감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최근 180억 달러 규모의 물가연동채권을 발행했지만 2008년 이후 수요가 가장 저조했다고 전했다.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무감각이 물가연동채권의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JP모건체이스의 글로벌 경제조정 책임자 데이비드 핸슬리는 블룸버그통신에 올 하반기 전 세계의 인플레가 2%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10년 만기 미 국채와 물가연동채권 간 수익률 차이도 좁혀지면서 미국의 장기 인플레 전망치도 평균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서의 물가연동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갈수록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잇따른 양적완화에도 경기회복 탄력이 계속 저조한 상황에서 여전히 초점은 인플레보다 디플레 쪽에 맞춰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근 20조 달러 규모 국채의 수익률이 평균 1%를 밑돌고 있다”며 “이는 긴축이 잘못된 선택이란 시장의 판정”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뉴욕 소재 에탄 해리스 글로벌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지금의 문제는 바람직하지 않게 낮은 인플레”라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개최하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 또는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30일 시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차 양적완화(QE3)의 변화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2.5% 증가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4%보다는 높아졌지만 시장 예상치(3.0%)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히 연방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의 성장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미국 경제 성장의 둔화로 연준이 유동성 공급 속도를 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2일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독일의 반대로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장 관측도 있지만 ECB가 장기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을 감안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