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용돈벌이 된 농어가저축… 부당가입자 128만원씩 챙겨

입력 2013-04-30 18:46 수정 2013-04-30 22:05


농어가목돈마련저축(농어가저축)은 공무원, 교직원, 은행원 등이 파격적인 금리를 노리고 직업을 속여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 납입 한도를 10만∼12만원의 소액으로 제한한 영세 농어민 맞춤형 상품이지만, 금리 혜택을 노리고 무자격자의 부당 가입이 늘면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고질적인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되는데도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다.

◇영세 농어민 장려금, 공무원이 가로챈다=영세 농어민의 재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는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안정적 직종 종사자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2003년 당시 재정경제부가 김정부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그해 4월 농어가저축 가입자 30만명 중 실제 농어민은 절반이 안 되는 14만명(47%)에 불과했다. 공무원·사립교직원 등 다른 직업 종사자가 21%, 자영업·무직이 32%였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러한 농어가저축 악용 관행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융감독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농어가저축 장려금을 수급한 가입자 중 무려 800명이 공무원이었다. 이들이 챙긴 장려금은 총 10억3800만원으로, 1인당 127만9500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당시 농·수협에 대한 지도·감독 불철저를 이유로 금융위원장을 주의·통보 조치했다.

지난해에는 2011년에 비해 부당 가입자가 90% 넘게 급증한 만큼 공무원 상당수가 농어가저축 장려금을 부당 수령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당 가입한 602명 중 56.4%인 339명은 ‘소득수준 초과’에 해당했다. ‘저소득자 자격요건 불충분’도 9명이었다.

◇해마다 되풀이, 금융당국은 나 몰라라=실태조사를 의뢰한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실 관계자는 “대규모 정부 예산이 쓰이는 사업인데도 금융당국은 중간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며 “부정 수급 규모가 농·수협 자체 집계보다 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가저축 부정 가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금융위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걸려 저축 가입자의 명세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부당 가입자 색출 등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서울시의 희망통장 사업처럼 저축 가입자로부터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되지 않고도 가입자 명세를 파악할 수 있다”며 “행정절차법에 따라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농업 외 소득 여부를 확인 요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선 의원은 “금융당국은 농어가저축 가입자에 공무원이 포함된 경우 명단 공개·환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당 가입이 적발되면 일반 계좌 전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편취된 장려금을 환수하고 처벌토록 하는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