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이형택… 당당히 복귀하라
입력 2013-04-30 18:47
은퇴 4년 만에 선수 복귀를 고심하고 있는 이형택(37)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의 내심을 읽고 맨 먼저 언론에 공개한 이는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입니다. 주 회장은 삼성증권 감독 시절 이형택과 함께 한국 테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형택의 스승입니다.
이형택은 2003년 한국선수로는 처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단식 챔피언에 올랐고 2000년과 2007년에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 16강에 오른 스타 선수입니다. 2007년 8월에는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인 세계랭킹 36위까지 올랐던 그야말로 야구의 박찬호 같은 선수였습니다.
그의 은퇴 후 뒤를 이를 재목이 없는 한국테니스는 그야말로 암흑천지입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는 100위내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현역 한국선수 최고 랭킹은 300위 바깥입니다. 테니스협회는 전임 조동길 회장때부터 “주니어부터 키우겠다”며 장기 플랜을 마련했지만 이형택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오려면 긴 시간과 운이 따라야 합니다.
이형택은 40세가 넘어서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다테 기미코 크룸(43)같은 선수에게 자극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형택은 “현역 복귀가 하나의 도전일 뿐이지 다른 의미가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입니다. 현역 후배들의 심정을 헤아린 조심스런 반응이라고 이해됩니다.
이형택 본인의 입장은 그렇더라도 한국 테니스를 생각하면 그의 현역 복귀가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게 기자의 생각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한국테니스는 최근 30년내 최악의 상황입니다. 1980대와 1990년대 아시아를 제패했던 한국은 이제 아시아 2, 3류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이형택 이후 신문지면에서 한국테니스는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형택의 아름다운 도전은 한국테니스를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과거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사실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 ‘스타마케팅’보다 훌륭한 소재는 없습니다. 선수부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아마추어 복싱조차도 여배우 복서 이시영을 앞세운 스타마케팅을 펼치는 상황입니다.
이형택이 현역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힘들 것입니다. 몸도 만들어야 하고 자신의 인생설계를 새롭게 해야 하는 등 이런 저런 고통도 따를 것입니다. 메이저 대회는 고사하고 아래급수인 챌린저 대회부터 출전해 자신의 제자와 겨루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나 최근까지 코치로 뛴 경력을 감안하면 전성기 실력은 아니지만 국가대표급 실력은 금방 회복하리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또한 비록 선수로 재기에 실패하더라도 아무도 그를 힐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도전을 했다는 것과 그 열매로 테니스가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그의 도전은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