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하겠다” 저항없이 문 열어… 두번째 치욕, 직원들 굳은 표정 말 아껴
입력 2013-04-30 18:38 수정 2013-05-01 00:10
국정원 압수수색은 3일 오전 9시쯤 시작돼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까지 무려 13시간 넘게 진행했다. 국정원을 빠져나오는 검찰의 25인승 소형버스 2대에는 압수물을 채운 파란색 박스가 여기저기 실려 있었다. 들어갈 때 이 버스에는 수사팀만 타고 있었다. 버스 창 바깥으로 보이는 수사팀 관계자들의 얼굴은 종일 진행된 압수수색에 다소 지친 표정이었다.
검찰 버스가 국정원 출입문을 벗어나는 동안 거수 경례를 하거나 손을 흔드는 국정원 직원은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했다.
압수수색은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지휘했다. 압수수색에는 윤 팀장 등 검사 7명과 대검찰청 과학수사전담요원 10여명 등 총 25명의 대규모 인력이 참여했다.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환조사를 맡았던 검사 2명을 제외한 수사팀 대부분이다. 박형철 공공형사수사부장은 2005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압수수색에 참여한 노하우를 살려 수사팀을 이끌었다. 검찰은 심리정보국 등 압수수색 대상 위치와 동선도 미리 파악해 뒀다.
통상 반나절이면 끝나는 기업 수사 때보다 2~3배 이상의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만큼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 공을 들였다. 긴 시간이 걸린 데는 국정원의 특수성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형사소송법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국정원은 인력 배치는 물론 건물 내부 구조 등 모든 사항이 ‘국가 기밀’이다. 국정원 측의 안내를 받아서 압수수색을 해야 하는데다 국정원내 물품은 외부 반출이 안되기 때문에 자료나 파일을 일일이 복사하면서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라 할 말은 없지만 직원들이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꽤 기대를 하는 눈치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한 자료를 확보해 오면 의미 있게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엑스파일 수사 당시 국정원 압수수색에서도 검찰은 감청장비 운용자료, 국정원 내부보고서 등 증거서류, 컴퓨터, 감청장비 10박스 분량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활기를 띠었다. .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앞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국가 최고정보기관 압수수색을 지켜보기 위해 취재진 수십명이 몰렸다. 국정원은 직원 4∼5명을 출입구 앞에 배치해 “직원 얼굴이나 건물이 나오지 않도록 촬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검찰 안팎에서 압수수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예상됐던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웅빈 신상목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