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그 많은 초선들 어디있나

입력 2013-04-30 18:41


“우리가 초선일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덤볐는데 지금 초선 의원들은 너무 패기가 없어.”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이 최근 사석에서 무기력증에 빠진 당내 초선 의원들을 두고 한 말이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소속 초선의원은 78명이다. 여당 전체 의원(154명)의 절반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초선 의원들은 흔히 개혁 성향의 소장파 그룹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16∼18대 국회에서 활약한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그룹과 비교할 때 이번 초선 의원들은 당 쇄신과 정치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결집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을까. 우선 지난해 4월 총선이 끝나고 개원하자마자 바로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들이 당내 입지를 확보하고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또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 및 서울 강남 지역과 비례대표로 관료나 법조계 출신들이 새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동력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 받은 ‘친박(親朴) 장학생’들은 구조적으로 ‘길들여진 초선’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19대 초선 의원들의 정책연구모임인 ‘초정회’를 주도하고 있는 이현재, 안종범, 김현숙 의원 등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아울러 당내에서 초선 의원들이 개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야당으로 전락했던 16대 국회나 ‘차떼기’ 정당으로 몰려 천막당사를 전전했던 17대 국회, 중앙선관위 DDos(디도스) 공격사건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당 간판을 바꿔야 했던 18대 국회와 달리 19대 국회는 지난해 대선과 4·24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순항하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패했다면 초선 의원들이 쇄신 및 개혁 목소리를 높였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초선 의원들은 언제쯤 목소리를 낼까. 첫번째 시험대는 이달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이다. 이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 결집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분화가 진행될 전망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상민 김태흠 의원과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부실인사를 질타했던 이상일 의원 등이 혁신 초선그룹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 초선 의원은 30일 “지난해 총선이 끝나고 바로 대선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