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저축’ 혈세 먹는 얌체 가입자, 1년새 배로 늘었다
입력 2013-04-30 18:28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농어민용 재형저축’인 농어가목돈마련저축(농어가저축)에 가입해 야금야금 혈세를 빼먹는 사람이 1년 새 갑절로 불어났다. 이렇게 적발된 얌체 가입자는 9년간 2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상당수는 공무원으로 영세 농어민을 위한 고금리 저축상품을 용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은행 문건에 따르면 농·수협중앙회는 지난해 전국 1488개 점포에서 농어가저축 계좌 602개가 부당하게 개설된 사실을 올해 초 적발했다. 전체 농어가저축 계좌 42만4005개의 0.14%에 불과하지만 2011년(315개)과 비교하면 91.1% 증가한 규모다.
농어가저축 부당 가입자 중에는 공무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선 의원실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보면 기존 농어가저축 가입자 중 상당수가 공무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적발된 부당 가입자 중에도 공무원이 적잖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당 가입 적발 계좌는 2009년 534개에서 2010년 503개, 2011년 315개로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농어가저축 부당 가입으로 적발된 사람은 1만9402명으로 연평균 2156명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이런 내용의 점검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면서 점검을 강화한 탓이라고 안이하게 설명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농어가저축 장려금 지급을 위해 정부와 함께 갹출한 기금을 금융위원회로부터 위탁 받아 운용하는 기관이다.
금융당국은 고금리인 농어가저축 장려금 지급을 위해 매년 상당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출연한 돈은 지난해 각각 369억원, 368억원이다. 올해는 그보다 약 100억원씩 많은 453억5000만원씩 투입할 계획이다. 1986년부터 올해까지 출연금은 모두 2조8594억원이다. 농·수협은 이번에 적발한 부당 가입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하거나 일반 계좌로 전환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Key Word :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영세 농어민의 생활 안정과 재산 형성을 위해 1976년 도입된 특별우대 비과세 저축 상품. 상호금융권의 쌀 직불금으로 불린다. 2㏊ 이하 농지를 소유한 경작농민, 20t 이하 동력선을 소유한 어민, 20마리 이하 젖소를 가진 양축가 등이 가입할 수 있다. 특히 저소득 농어민에게는 5년 만기 시 최고 연 48%의 특별 금리를 쳐준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