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홍보팀 계급 대신 ‘피디님’ ‘작가님’ 호칭 벽 허무는 ‘포돌이’
입력 2013-04-30 18:25
“박 피디님, 여의도 봄꽃축제 때 이런 홍보를 해보면 어때요?”
“강 작가님, 이번 웹툰 재밌는데요.”
방송국에서 오갈 법한 이 대화는 서울지방경찰청 뉴미디어홍보팀 회의 중에 나온 내용이다. 모두 경찰관인 팀원 10명은 ‘경사’ ‘경위’ ‘경정’ 같은 계급 대신 ‘피디’ ‘작가’ ‘CP’(책임프로듀서) 등 특별한 직함을 갖고 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경찰 조직과 업무, 사건·사고를 친근하게 소개하는 뉴미디어홍보팀은 지난 2월 팀원 호칭부터 싹 바꾸며 새롭게 단장했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딱딱한 계급 대신 부드러운 호칭을 택한 것이다.
호칭을 바꾸고 새 단장을 한 뒤로 시민들의 반응도 확연히 달라졌다고 한다. 서울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클릭 수는 2월 1000명대에서 3개월 만인 29일 현재 8000명에 이를 만큼 늘어났다. 이들이 소개하는 내용도 경찰의 딱딱한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흥미롭다. 부정·불량식품 신고를 홍보하면서 “엄마가 만든 음식은 맛없어도 신고할 수 없습니다”란 농담을 던지거나 짝퉁 뽀로로 인형 유통업자를 검거했다는 소식에 화난 뽀로로 인형 사진을 싣는 식이다.
‘강 작가’로 통하는 강현주 경사는 ‘웹툰 그리는 경찰’로 유명하다. 2007년부터 경찰 생활의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왔고 2010년 작품들을 모아 책을 내 인기를 끌었다.
검찰에서도 ‘김 검사’ ‘이 검사’ 같은 딱딱한 호칭 대신 ‘철수님’ ‘동건님’ 등 이름을 부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소속 한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님 호칭제, 비현실적이고 발칙하지만’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매우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발칙한 발상들이 검사 게시판에 난무하기를 고대한다”며 “직급 호칭을 없애고 서로 이름을 불러주자”고 제안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