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에 17억 벌었다는 ‘혁신 리더’ 알고보니 회원들 등친 ‘사기 리더’

입력 2013-04-30 18:25

인터넷상에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주식 청년’ 김모(27)씨는 지난해 8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A투자클럽’ 카페를 차렸다. 카페 대문에는 사무실에서 찍은 그의 사진과 함께 ‘타업체와 비교하지 마십시오. 워런버핏식 가치투자로 대박을 안겨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 카페 회원은 8000여명. 김씨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20억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하는 젊은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데다 인터넷에서 ‘26세에 17억 번 주식 청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김씨는 회원들이 주식투자 문의를 해오면 자신이 보유 중인 P사, S사, H사 등 3개의 비상장 주식을 사도록 권했다. 김씨는 “P사가 곧 상장된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이어 자신이 3000원에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74명에게 6000원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투자자들은 나중에 김씨의 회사가 무인가 불법 투자 업체라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증권 카페에 허위 선전문을 올린 뒤 이를 보고 가입한 회원들에게 주식을 되팔아 차액을 벌어들인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H금융투자사 대표 김모(27)씨를 구속하고 김씨를 도와 카페를 운영한 직원 안모(21)씨 등 9명을 불구속했다.

김씨는 자신의 투자회사를 선전해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중국의 업자로부터 8만여개의 국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1200만원(개당 150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에게 이 개인정보로 카페에 가입하도록 한 뒤 ‘카페에 가입하면 대박이 난다’는 선전 내용을 올리도록 했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젊은 투자 전문가로 알려지며 ‘한국을 이끄는 혁신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17억원을 벌었다는 것은 본인의 주장이며 김씨는 고졸 학력으로 비전문 무인가 불법 투자 매매를 해왔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