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경전철 수요 부풀려 혈세 낭비”

입력 2013-04-30 18:24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전철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상 수요를 뻥튀기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전철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감사는 지난해 9월 17일부터 10월 26일까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지자체의 6개 경전철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지자체들이 경전철에 적합한 수요예측 방법 등 관련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 경전철 이용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했다.

의정부 경전철은 사업 추진 당시 하루 7만9049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난해 개통 후 실제 통행량은 1만1258명(14%)에 그쳤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경전철 수요예측 과정에서 경전철 역사 접근시간을 임의로 줄이고 국가교통 데이터베이스 자료 대신 1999년 의정부시 가구통행 실태조사 결과를 활용해 통행량을 31.2%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노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용인 경전철은 감사원이 다시 산출한 수요가 사업 협약 당시 예상치의 35%에 불과했다. 광명 경전철은 43%, 대구 3호선은 63%였다.

경전철 차량 선정 기준이 없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는 서울 지하철보다 큰 규모의 경전철을 도입해 1019억원을 더 썼다. 서울시도 2019년 개통 예정인 신림경전철 등 전체 2조1773억원 규모인 2개 경전철 사업을 진행하면서 두 노선 간 연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전철 선정 사업을 제각각으로 추진했다.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지자체도 적발됐다. 대구시는 2007년 대구 3호선 차량을 K-AGT에서 모노레일로 바꾸면서 일본 A사의 모노레일 차량에만 적용되는 특정 규격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감사원은 이들 지자체에 수요예측 지침과 차량 선정 기준 등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또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를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