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선교 전략거점’ 위기… 기독교 통일전문가에 듣는다

입력 2013-04-30 18:10 수정 2013-04-30 21:24

“북한선교는 남과 북이 만났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유일한 남북 접촉점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선교 차원에서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죠.”(주도홍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향후 공단이 재가동될 때에는 한층 성숙한 남북 관계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그때에는 교계의 대북 교류활동 여건도 나아질 겁니다.”(박영환 기독교통일연구소 소장)

잠정폐쇄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을 놓고 기독교 북한·통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이 ‘북한선교의 전략적 모색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 향방에 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 회장은 30일 “개성공단에서의 선교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일터에서 보여주는 남측 기독교인들의 성실성과 진실성 같은 내면적 가치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선교나 마찬가지”라며 “공단 폐쇄는 이 같은 만남 자체가 끊긴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지속적인 만남의 장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북한 선교에서 유독 강조되는 부분이다. 서울신학대 교수인 박 소장은 “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소와 형식에 구애 없이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개성공단은 만남의 중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샘플 지역”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2009년 펴낸 저서 ‘개성공업지구와 북한선교’에서도 “(개성공단 내 남북 근로자들의 경우) 체류와 만남 기간이 오래될수록 의사소통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당시 남측 근로자 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향후 개성 이외 지역의 남북 경제협력지구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도 ‘북한을 향한 긍휼’을 견지하는 기독교계의 일관된 자세가 유지된다면 이번 개성공단 사태도 결국 ‘실보다는 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부 차관 출신의 양영식 장로는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교계의 대북교류 활동에 있어서는 흑백 논리로 무장된 정치적 이해관계는 가급적 배제해야 한다”면서 “이번 개성공단 사태가 남북간 유연성 있는 관계회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개성공단에는 123개 기업이 입주한 가운데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과 남측 근로자 780여명이 근무해왔다. 공단에는 크리스천 기업인 신원(회장 박성철)이 건립한 예배처소(일명 개성교회)도 있으며, 남측 근로자들이 새벽기도회와 수요·주일예배를 드려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