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800명 정규직 전환… 속도내는 비정규직 살리기

입력 2013-04-30 18:12


SK그룹이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대규모의 계열사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재계에 정규직 전환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30일 계열사 계약직 직원 5800명을 올해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증폭된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 법안 등을 둘러싸고 촉발된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낳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의 정규직 전환은 CJ그룹,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이은 것이지만 4대 그룹 중 처음이라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박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정규직 전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가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임기 중에 풀어보겠다고 이미 약속을 했고 국회에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2015년까지 정부부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려 한다”면서 “기업에 대해 고용형태 공시를 의무화하면 간접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비정규직 축소의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대기업의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서비스에이스, 서비스탑, 에프앤유 신용정보와 SK플래닛의 자회사인 엠앤서비스에서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한 고객 상담이나 고객 불만 접수, 전화 영업 등을 하는 직원 43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또 SK네트웍스, SK건설, SK증권 등 계열사에서 네트워크 유지 보수와 영업·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은 계약직원 1500명도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다.

SK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고객 상담 직무 종사자의 80%가 20대 중후반의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인력 고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현재 전체 직원 대비 계약직 비율은 12%인데, 5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계약직 비율이 4% 후반으로 떨어진다”면서 “계약직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5년까지 3% 선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SK의 이번 결정이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구치소에서 최 회장을 면담하며 정규직 전환 규모와 시기 등 주요 사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발표 이후 일부 대기업들은 정규직 전환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 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재계에서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여서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