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보기관 MI6도 아프간 대통령에 뇌물”

입력 2013-04-30 19:08

미국 중앙정보국(CIA)뿐만 아니라 영국의 MI6(Military Intelligence 6)도 영향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이른바 ‘유령머니(뇌물)’를 제공했다고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보기관이 자국 이익을 위해 상대국 최고 지도자에게 뇌물까지 전달하는 추악한 면모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외교 관계자를 인용해 MI6가 CIA와 함께 카르자이 대통령과 주변 인물에게 현금을 제공했으나 대체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MI6가 제공한 돈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문은 CIA가 10년간 수천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한 것보다는 적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영국이 마치 경매를 하듯 현금 지원 경쟁을 하면서 아프간 당국은 이를 즐겼다고 전했다.

신문은 현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평화 정착을 위한 영국의 노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현금은 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이브라힘 스핀자다가 받아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CIA의 경우 CIA지부장이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직접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MI6는 누가 전달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CIA가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목적으로 10년간 수천만 달러를 현금으로 카르자이 대통령 측에 지원했으나 정작 아프간의 부패만 심화시켰다고 보도했다.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 중인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현금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탈레반과의 전쟁으로 발생한 부상자 치료를 위한 돈으로 규모도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