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뜸들이는 美 국무부 ‘입’
입력 2013-04-30 19:08
요즘 미국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은 패트릭 벤트릴 부대변인이 주재한다. 미모에다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한 진행으로 ‘신망’이 높았던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연단’을 떠났다.
이미 지난 2월 뉼런드에 이어 여성인 젠 사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전 대선캠프 대변인이 새 대변인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부대변인 브리핑 체제가 길어지면서 언제 사키가 대변인으로 공식 ‘데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무부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은 힘들기로 ‘악명 높은’ 자리다.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배경과 역사적 맥락, 언론 보도 동향을 꿰고 있어야 한다. 국무부 등 미 정부의 입장과 정책 방향 등을 막힘없이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주 자료를 뒤적여 공식 입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다가는 기자들로부터 공박을 당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말실수로 국제적 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다는 점이 엄청난 중압감을 준다고 한다. 순발력과 용의주도함, 담력과 함께 국무부의 메커니즘, 국제 정세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요구된다.
사키 대변인은 브리핑장에 얼굴을 내밀지도 못하고 두 달 이상 ‘견습 중’인 셈이다. 33세의 신예인 데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무부 관계자는 “사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언론의 문의에 직접 답변하는 등 대변인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며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발표한 것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방송에 중계되는 정례 브리핑에도 곧 등장할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덧붙였다.
직업 외교관인 뉼런드 전 대변인은 다음 보직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2011년 6월 이후 1년9개월간 대변인 직을 수행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