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001명에게 ‘대한민국 복지 현주소’ 물어보니…

입력 2013-04-30 17:46 수정 2013-04-30 14:09

빈곤 원인은 “불우한 환경·경쟁서의 낙오”

우리나라 어린이(중학생 포함)들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복지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들은 소외된 사람은 나라에서 더 돌봐주길 바라고, 세금은 부자가 더 많이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계층으로는 ‘빈곤층’과 ‘실업자’를 들었다.

이같은 결과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이 지난해 11월 23일∼12월 14일, 전국 15개 시·도에 거주하는 어린이 1001명(초등 4∼6학년 500명, 중학 1∼3학년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아동의 복지의식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생활하기 가장 어려운 계층’으로 실업자를 꼽았다. 이어 빈곤층, 장애인, 노인, 환자, 다문화가정 등이 뒤를 이었다. 어린이들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실업 및 빈곤문제 관련 사회적 논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들은 ‘가난한 사람은 왜 가난해졌을까’라는 질문에 ‘불우한 가정환경’을 1위로 꼽았고, 다음으로 ‘경쟁에서 낙오’, ‘게으름’ 순으로 응답했다. 빈곤의 원인을 주로 개인적 측면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복지를 위해 필요한 돈을 누가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복지수혜자’ 혹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답변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복지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란 질문에는 개인이나 가족보다 국가나 사회에서 더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가 62.0%로 가장 많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만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돈을 내야 한다’(31.5%), ‘모두가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6.5%)가 뒤를 이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김은정 소장은 “어린이의 복지의식에는 상당부분 부모와 선생님 등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성인들의 생각이 투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린이들이 주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