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高 기출문제 인터넷서 버젓이 매매
입력 2013-04-30 17:56 수정 2013-04-30 22:07
서울 강남 A고 1학년 김모(18)군은 며칠 전 부모님을 졸라 한 온라인 기출문제 사이트의 정액 이용권을 5만8000원에 구입했다. 다음주에 있을 중간고사에 대비해 A고에서 과거 출제됐던 기출문제 원본을 유료로 다운받기 위해서다. 김군은 “과목당 1000원씩 일일이 결제할 바에야 아예 6개월짜리 정액 이용권을 구입하는 게 이익이라 생각했다”며 “다음번 기말고사까지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온라인 기출문제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중·고교의 과거 기출문제들의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09년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경감대책 중 하나로 각 학교 홈페이지에 기출문제를 공개토록 한 바 있지만 일부 온라인 기출문제 업체들이 이렇게 공개된 기출문제들을 수집해 유료로 판매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이 있는 기출문제를 출제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돈을 받고 파는 것은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출문제의 저작권은 사립학교의 경우 ‘사립학교법인’, 공립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에 있다”며 “무료로 공개된 문제를 모아 파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서울지역 공립학교 기출문제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저작권 소유 여부는 물론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과 관계자는 국민일보 기자에게 “(잘 모르겠으니) 교육청보다는 교육부에 물어보라”고 말할 정도로 기출문제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상태다.
한국교총의 경우 이미 지난 2005년 한 기출문제 판매 업체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제기해 2008년 “학교 시험문제는 저작권 대상이며, 저작권자는 출제자의 기명이 있는 경우 출제교사에게, 기명이 없는 경우 학교 설립·운영 주체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역시 “학교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 관리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담당자 등이 교체되면서 해당 계획은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 한국교총 대변인은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의교육’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보호”라며 “교육 당국이 저작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철저한 관리 방안을 세움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저작권 교육도 동반돼 이러한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