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의승 (13) “박 대통령님, 농어촌이 살아야 한국이 삽니다”
입력 2013-04-30 17:29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되면 “농어촌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농어촌이 선진화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된다. 한쪽만 성장하면 안 된다. 참된 선진국은 도시와 농어촌이 균형 있게 발전된 국가다.
지금 우리의 농어촌에 아기 우는 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 되었다. 젊은 층이 도시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목욕시켜 드리고, 그들의 땀을 닦아 주는 분들은 아들과 손자가 아니라 현지의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다.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밀려 시골로 온 분들도 계시지만 많은 목사님들이 시골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농어촌에서 정주(定住) 목회를 펼치고 있다. 그런 목회자들은 자존감이 높다. 비록 삶은 열악하지만 신학적·신앙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다. 감리교회에서 담임을 하기 위해서는 개척 목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안수 받기 위해서 시골 교회에서 사역하다 사명을 발견하고 머무르는 분들도 많다. 우리가 돕고 있는 100교회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그런 목회자들이 계시는 교회들이다.
매년 미자립 상태에서 자립으로 성장하는 교회들도 있지만 태생적으로 평생 미자립일 수밖에 없는 교회들도 있다. 도저히 성장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교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 지역일수록 교회 역할은 크다. 농어촌 어르신들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는 분들이 바로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다. 열악한 농어촌지역에서 교회는 세상의 소망이다. 나는 우리의 시골이 독일과 같이 도시와 큰 차이 없이 윤택해져서 수많은 도시로 간 청년들이 다시 고향으로 유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점이 되면 시골의 작은 교회들도 자립과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도시의 큰 교회들이 농어촌 착은 교회들을 도와야 한다. 그들이 마을 주민들의 영적·육적인 소망으로서 끝까지 자리할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한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믿음의 공동체다. 나는 이 공동체란 말을 좋아한다. 초대교회 공동체에서는 빈부귀천이 없었다. 모든 것을 유무상통했다. 아름다운 연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지금의 교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사회보다 더 크다. 굳이 사회학적 통계를 들이 대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도시의 대형교회와 시골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삶을 보면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같은 하나님의 종인데도 현실에서 그들 삶의 차이는 현격하다. 전 세계 10대 대형 교회 가운데 7개가 대한민국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농어촌교회는 왜 피폐되어 가고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안타까워하실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든 이런 불균형을 해소시켜 농어촌교회에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나는 부족하지만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돕는 사업은 어떤 경우에도 지속할 생각이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하나님의 마음을 갖고 농어촌교회를 지키는 목회자들을 마음으로 존경하고 있다. 그분들과의 개인적 교제가 나를 성장시켰다.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모른다. 작은교회 목회자, 사모님들과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많이도 울었다. 갈릴리 선상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나는 이 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회복의 영이 임하기를 기도했다. 베드로수위권 교회를 방문할 때에는 낙망해 있는 제자들에게 “내 양을 먹이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회복의 말씀이 들리는 듯했다.
나는 한국 교회가 사랑으로 가득 찬 교회가 되길 바란다. 나는 꿈꾼다. 도시와 농어촌교회들이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사랑이 깃든 한국 교회를.
정리=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