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사랑과 이별

입력 2013-04-30 18:48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대/ 낙심하지 말아요/ 나도 알아요/ 용기를 갖기 힘들다는 걸…/ 하지만 나는 당신 가슴속에서 나오는/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알아요/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당신의 진정한 색깔/ 아름다워요, 마치 무지개처럼.’

신디 로퍼의 ‘True Colors’의 일부분이다. 이 노래가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송포유(Song for You)’를 통해 재조명받고 있다. 말기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으나 밝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메리언이 괴팍하고 무뚝뚝한 남편 아서를 비롯해 동네 사람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살아 있을 때 남편에게 사랑을 전한 것이다. 아서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가지 마”라는 말을 건넨다.

예상은 했으나 갑자기 찾아온 메리언의 죽음. 아서는 충격에 안절부절못하다가 메리언이 나가던 노인 노래교실을 찾으면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아내가 참가하려던 합창대회에 나가 아내를 위해 빌리 조엘의 ‘Lullaby(Goodnight, my angel)’를 부른다. 영화 말미를 장식한 이 노래는 ‘True Colors’보다 더 인상적이다.

‘잘 자요, 나의 천사/ 눈을 감을 시간이에요…/ 그대는 알아야 해요/ 그대가 어딜 가더라도/ 그대가 어디에 있더라도/ 난 절대 멀리 있지 않을 거라는 걸…/ 당신이 내게 불러줬던 모든 노래들을 기억해요…/ 이 노래는 계속 흘러갈 거예요/ 멈추지도 않을 거예요/ 그렇게 당신과 나는 함께할 겁니다.’

‘송포유’는 메리언과 아서가 서로 상대를 위해 불러준 이 두 노래를 의미할 것이다. 노인인 두 사람의 노래 실력만 따지자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진실이 담겨 있어서다.

노부부에게는 아들이 있다. 어머니에게는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나 아버지에게는 사랑받지 못한 아들.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자(父子) 관계는 더욱 서먹해졌으나 아버지 노래를 계기로 눈 녹듯 풀어진다. 노인들도 많이 등장한다. ‘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라던가, ‘연금술사합창단’ 단원들은 ‘레츠 토크 어바웃 섹스’를 합창하고, 로봇춤도 추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슬픈 일이다. 이별의 순간이 오기 전에 사랑을 표현하자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가정의 달이라 더 그렇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