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에서 함께 호흡하며 사는 남과 북 청소년들의 희망가… ‘류명성 통일빵집’
입력 2013-04-30 17:20
류명성 통일빵집/박경희 지음/뜨인돌
“북에서 먹던 퐁퐁떡 맛에 쑥 맛을 더한 빵임. 배는 부르게, 그러나 칼로리는 낮게. 남과 북 모두를 잇는다는 뜻으로…. 이름은 통일빵이야.”
‘류명성 통일빵집-명성과 세라’ 중에 나오는 일부다. 탈북청년 명성은 제빵 기술자로 제과점에서 일한다. 함께 근무하는 가출소녀 세라는 북에 두고 온 명성의 동생 옥련과 꼭 닮았다. 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버는 명성에게 어느 날 조선족 브로커는 전화를 걸어 300만원을 국경수비대에 전달해야 동생을 데려올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을 구하느라 다급해진 명성과 그동안 몰랐던 세라의 아픈 사연이 드러나며 이 책은 “그럼에도 우리에겐 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명성은 통일빵집을 열어 동생과 행복하게 사는 것, 세라는 최고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류명성 통일빵집’ ‘빨래’ ‘오뚝이 열쇠고리’ ‘아바이 순대’ ‘자그사니’ ‘책 도둑’ 등 여섯 편의 단편을 묶은 이 책은 탈북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탈북민의 삶이나 탈북 과정에 초점을 두진 않았다.
명성과 세라 외에 탈북한 모녀와 가족이 되어가는 주희, 좌절을 모르는 기철에게 마음이 끌리는 다경, 엄마처럼 따랐던 언니에게 배신을 당하는 강희, 떠돌이 개 멍구를 기르는 연미, 학교 대신 서점에서 지식을 채우고 상처를 치유하는 은휘…. 이 땅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남북한 청소년들 사이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탈북민을 소재로 했다면 우울할 것 같지만 이 책은 희망적이다. 청소년들의 꿈을 그리고 있고, 젊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나 말에서 나오는 발랄함이 있다. ‘새싹 어떻슴?’ ‘계란말이 싫음’ ‘밥은 먹었슴둥’ ‘일없슴다’ 같은 북한의 말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기독교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탈북청소년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에서 3년간 글쓰기를 지도하며 탈북 청소년들과 마음을 나눴다. 이런 과정 속에서 단편의 인물을 탄생시켰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인 만큼 활달함과 진지함을 갖췄다”며 “자라온 환경은 다르지만 서로의 아픔을 알아주는 ‘기철과 다경’이처럼 이 작품은 남과 북의 교차점이 되고 서로를 알아가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중 송경영 교사는 “통일을 원하는 아이들보다 반대하는 아이들이 많고, 반대하는 아이들보다 아예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더 많은 이때에 이 소설이 참 반갑다”고 추천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