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나눔·사랑·행복이 넘칩니다
입력 2013-04-30 17:22
사회적협동조합 현장 가보니… 십시일반 투자하여 만든 ‘착한 회사’
지난 29일 대전시청 주차장. 지적장애인 안정용(27)씨와 김형석(22)씨 등 4명이 신바람을 내며 차량의 먼지를 닦고 있다. 일은 서투르지만 ‘나도 돈을 번다’는 생각 때문인지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이들을 고용한 회사는 ‘연리지장애인 사회적협동조합’. 요즘 새로운 기업 형태로 각광을 받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체제로 설립됐다.
“장애인 부모들이 힘을 모아 회사를 차렸습니다. 지역 내 기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출장세차업이지요. 장애인들을 언제까지나 가족과 사회의 보호막 안에만 가둘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돈을 벌어 자립할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이 협동조합 사무국장 김선숙(42)씨의 설명을 들으니 사회적협동조합의 성격을 알 듯하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한마디로 ‘돈 벌 생각 없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투자하여 만든 착한 회사’이다. 수익사업을 하되 이익금을 돌려받는 대신 나눔, 사랑, 행복 등의 무형 가치를 사들이는 비영리 기업이다. 지역민들의 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취약계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을 직원으로 고용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법적 설립 근거가 마련된 이후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14곳이 인가를 받을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 1호 사회적협동조합은 ‘행복 도시락’이다. 이곳은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돼 식자재 공동구매, 공공기관 도시락 납품 등의 수익사업을 병행한다. 실업해소를 위해 취약계층을 조리원과 배달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도시원예 사회적협동조합’은 고학력 미취업 여성을 강사로 채용해 원예 지도자를 양성하는 한편 원예식물을 활용해 아동 및 청소년의 인성을 함양시킨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의류리폼 사회적협동조합인 ‘리폼하우스’는 주택가 의류수거함을 위탁 관리하면서 상태가 좋은 의류를 재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부산의 ‘희망마을 수직농장’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주민자치형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수직농장은 지역주민들에게 파종, 수확, 배달작업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협동조합 김제덕(62) 회장은 “수익금으로 지역 취약계층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많은 도시 농장들이 생겨 서로 네트워크를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화합과 상생이라는 취지로 출범한 사회적 협동조합이 공정한 분배를 통해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착한 기업, 아름다운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