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로 다시 선 윤선재군 “봉사·탐험 힘겨웠지만 꿈 찾았어요”

입력 2013-04-30 17:31 수정 2013-04-30 17:55


“한때 죽음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정불화와 학교폭력, ‘왕따’에 시달리다 못해 고1 때인 재작년 학교를 그만두었던 윤선재(17)군. 지난주 금요일(26일) 오후 서울 면목4동 중랑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그는 자신을 ‘운이 좋은 아이’라고 소개했다.

자살의 유혹을 받을 만큼 힘들었던 그에게서 ‘불행의 종합선물세트’를 걷어내고 웃음을 되돌려주고 행운을 안겨 준 것은 무엇일까? 그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상담, 학교를 대신해 자신을 품어 준 ‘꼼知樂(지락)여행’, 그리고 성취감을 안겨줘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덕분이라고 했다.

“고1때 전국모의고사 7% 안에 들었어요. 집안형편도 좋았었습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시거든요.”

윤군이 중3 때 아버지가 주식투자로 빚을 지게 되면서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잦은 싸움 끝에 별거를 했고, 집안 형편은 곤두박질 쳤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다. 집에서 30여분 떨어진 고등학교를 배정받아 중학교 친구들과 떨어져 외톨이가 된 윤군은 표적이 됐다. 툭툭 치는 장난으로 시작된 폭력은 점점 심해졌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교에선 윤군에게 ‘전학을 가라’고 했다.

“왜 제가 전학을 가야 하죠? 잘못한 건 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학교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학교를 그만 둔 뒤에도 윤군은 담임교사가 소개해 준 망우청소년수련관 상담교사 이승은씨를 계속 만났고, 공부도 꾸준히 했다. 떨어져 사는 아버지는 물론 같이 사는 엄마, 아버지 역할을 해야 된다는 중압감에 신경질적이 된 형, 모두 상처투성이였기에 아무도 그를 보듬어 주지 않았다. 윤군은 상담교사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이씨가 중랑청소년수련관으로 옮기면서 자연스레 따라 갔다.

“공부가 싫어서 학교를 그만 둔 게 아니어서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스스로 그만뒀지만 학교가 그리웠어요.”

그런 그에게 중랑청소년수련관의 ‘꼼지락여행’은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었다. 중랑청소년수련관 박차용 과장은 “세상을 꼼꼼하게 배우고 알아가는 즐거운 여행이란 뜻을 가진 꼼지락 여행은 미인가 대안학교로,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들에게 공부만 가르치기보다는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만 14∼25세 청소년들이 신체단련, 자기개발, 자원봉사, 탐험활동을 수행하면 그 정도에 따라 금·은·동장을 수여하는 자기성장 프로그램이다. 국내에는 2008년 도입됐으며, 현재 1만5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한국사무국 홈페이지(www.koraward.or.kr)에 들어가면 집에서 가까운 수행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꼼지락여행’에 입학한 윤군은 5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에 도전했다. 학교를 그만둔 뒤 불규칙한 생활로 저체중이었던 윤군은 수련관 1층에서 주 2회 헬스를 하면서 신체단련을 했다. 영화 비평을 통해 자기 개발을 했고, 수련관 주변 청소를 했다. 탐험활동은 ‘꼼知樂여행’ 친구들과 함께 9월 강화도에서 40㎞ 도보여행을 했다. 활동과는 별도로 주 3회 리포트를 내야 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8월에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단번에 합격한 윤군은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 도전을 멈출까도 했지만 선생님들의 격려를 외면할 수 없어 버텼다”고 했다.

‘지난 한해 정말 바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는 윤군은 올해 쓰디쓴 인내의 달콤한 열매를 한 아름 안게 됐다. 2월 학교 동급생들보다 1년 먼저 한림대학 경영학부에 합격했고, 3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동상을 받았다. 윤군은 “끝까지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일단 낙오됐더라도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윤군은 요즘 중랑청소년수련관에서 중학생 후배들에게 수학과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춘천에서 오가는 것이 힘들지만 자신이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되돌려주기 위해 화요일과 금요일 서울행 지하철에 오른다.

“가르치다보면 학교폭력이나 왕따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주죠. ‘당당히 맞서’라고!”

엄마의 권유로 경영학부에 진학했지만 윤군의 꿈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쓰는 꿈도 키우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