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동해·독도 이어 日 아베의 침략 부인 반박광고 만들 것”
입력 2013-04-30 17:38
서경덕(40)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홍보 전문가’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 독도와 동해를 소개하는 광고를 10여 차례 게재했다. 가수 김장훈씨, 탤런트 이영애씨와도 함께 활동한다. 교수라는 직함이 오히려 어색한 유명인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큰돈을 들여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탑을 세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다.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든다, 외국인에게 한국인은 편협한 국수주의자라는 이미지만 심어준다, 일본을 자극해 우경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는다. 이번에는 네티즌들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막걸리 광고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서 교수를 만났다.
만난 사람=고승욱 논설위원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가.
“독도 및 일본군 위안부를 알리는 광고를 여러 차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에 냈다. MBC ‘무한도전’ 팀과 함께 일했고, 탤런트 이영애씨가 도와줘 비빔밥 광고도 했다.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 전광판 등에 한식을 알리는 월드투어도 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에 한글 브로셔도 제공한다.”
-이 일을 언제, 왜 시작했나.
“시작은 단순했다. 대학 다닐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는데, 그들이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점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배웠는데 그게 아니었다. 충격이었다. 귀국한 뒤 아르바이트로 번 10만원으로 남대문시장에서 태극기 모양 배지를 샀다. 그것을 외국에 갈 때마나 나눠줬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작은 생각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냥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답답해서 시작했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애국심이 더 많은 것이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욱하지 않는 국민이 있겠는가. 나는 그런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해외 언론과 외국 도시의 빌보드 광고는 효과가 있는가.
“학문적으로 효과를 분석한 적은 없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게 많다. 비빔밥 광고가 나간 뒤 많은 외국 음식전문 잡지에서 연락을 받았다. 드라마 ‘대장금’은 90개국에서 방영돼 30억명이 시청했다. 홍보효과가 대단하다. 얼마 전 미셸 오바마가 김치를 직접 만든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 착안,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냈을 때도 외국 언론에서 어마어마하게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 광고를 전 세계에서 몇 명이나 봤겠는가. ‘국내용’이라는 비난도 있다.
“신문은 오프라인 매체여서 독자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홍보한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광고라고 하면 공신력이 생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like’를 많이 누른다. 바로 2차 홍보다. 신문이나 빌보드 광고는 2차 홍보를 위한 도약판이다.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을 때 ‘타임스스퀘어에 걸린 광고’라고 하면 ‘이게 뭐지?’하면서 한 번 더 보게 된다.”
-뉴욕타임스 광고비는 얼마인가.
“밝히지 않는 게 광고 조건이어서 말하기 곤란하다. 대략 전면광고는 억원 단위다. ‘그 많은 돈을 다른 쪽으로 쓸 수도 있을 텐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 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세계인들이 다 아는 주요 언론에 뭔가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따르는 부산물을 챙기는 전략으로 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복, 한식 같은 문화와 달리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광고할 때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세련되게 해야 한다. 우리는 ‘독도는 한국땅(Dokdo belongs to Korea)’이라는 광고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한국을 방문하세요. 한국에는 아름다운 섬이 많습니다. 서해에는 강화도, 남해에는 제주도, 동해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있습니다’라고 한다. 관광, 스포츠, 문화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홍보한다. 우리가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홍보할 이유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에 경북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와 독도를 돌아오는 국제 요트대회 광고를 냈다. 독도 앞바다의 요트 사진을 싣고 ‘아름다운 동해와 울릉도, 독도가 있는 이곳에 도전하세요’라고 했다. ‘그 녀석, 자기가 뭔데 이런 광고를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광고 문구를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관심을 가질 외국인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광고를 보고 캐나다와 미국 선수가 참가했다. 그런 효과가 있기에 계속 만드는 것이다.”
-노골적인 표현을 담은 광고를 내는 사람도 생겼고, 실제로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노골적인 문구는 위험하다.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세계인에게 접근해야 한다. 애국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좋지만 그런 점은 고민해야 한다.”
-일본에서 홍보할 생각은 없나.
“‘일본에서는 안 하냐. 적의 심장부에서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싸우자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가장 큰 목표는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세계 여론으로 압박하는 것이 홍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광고가 나온 것인가.
“그렇다. 일본군 위안부를 외국 사람들이 얼마나 알겠는가. 하지만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은 이야기는 대부분 알고 있다. 그것을 활용한 광고가 나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실제로 ‘이 사진이 왜 나왔지’라면서 반응이 대단했다. 뉴욕타임스에 광고가 실렸을 때 세계 주요 언론에서 거의 다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나는 일본 우익의 블랙리스트 0순위다. 협박은 기본이다. 협박 내용도 간단하다. 메일 제목이 ‘kill you’다. 그래서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는 안 받는다. 집으로도 이상한 전화가 많이 온다. 주위에서는 굴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에는 광고 아이디어가 없나.
“침략을 부인하는 발언은 갈 데까지 간 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을 담아 광고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 중이다. 세련된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
-한류가 한국 홍보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싸이를 비롯한 한류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 뭔가 큰 기운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때가 왔을 때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한글과 한식이다. 한류와 함께 우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홍보됐으면 좋겠다.”
-네티즌의 모금으로 막걸리 광고를 한다고 했다. 네티즌과의 소통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3년 전 다음 아고라를 통해 모금운동을 했다. 최단 기간인 1개월에 최다 인원인 10만여명이 최대 금액인 2억1000여만원을 모아줬다. 그 돈으로 워싱턴포스트 등에 전면광고를 냈다. 이번 막걸리 광고도 네티즌이 함께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고가 나왔을 때 네티즌에게 홍보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을 줄 수 있다. 몇 만명이 함께 만드는 광고는 외국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그 자체가 홍보가 될 수 있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 서경덕 교수는
△서울 성남고 △성균관대 조경학과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 박사과정 수료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세종학당 재단이사 △독립기념관 홍보대사 및 산하 독도학교 교장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국가보훈처·서울시 자문위원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