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정상 “쿠릴 4개섬 반환 교섭 재개”
입력 2013-04-30 00:32
러시아와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을 놓고 양국 간 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간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6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평화조약 교섭 재개와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일 평화조약의 부재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함께 인식했다”면서 “서로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협상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56년 10월 구 소련과 쿠릴 4개 섬(구나시리, 에토로후,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중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섬을 평화조약 체결 후 반환받는 것에 합의했고, 2001년 3월에는 ‘이르쿠츠크 성명’을 통해 당시 합의의 유효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일본이 4개 섬의 일괄 반환을 요구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재임 당시부터 영토 교섭이 중단됐다.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협상은 푸틴 대통령이 취임 직전 문제 해결에 의욕을 보인 데 이어 모리 요시로(森良朗) 전 일본 총리가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모리 전 총리에게 “승패 없이 양측이 수락할 수 있는 해결을 목표로 하자”고 제안했다. 아베 총리도 28일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고 정체된 평화조약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밖에도 러·일 양국은 정상급 회담을 포함한 정치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국방 장관회담(2+2회의) 도입 등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시켰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 일본은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한 대응과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수색·구조 훈련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모색될 전망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도발 행위를 비난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 준수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투자와 경제통상, 의료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제휴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극동과 시베리아 등지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스포츠와 문화 분야의 인적 교류도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일본 총리로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2003년 방문 이후 10년 만에 러시아를 찾은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에 120여명의 일본 기업인을 동행시켰다. 이를 두고 아베가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종합 선물세트’를 싸들고 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