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농민들 이상기후에 한숨

입력 2013-04-29 21:43

강원도 평창 고랭지밭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김일동(52)씨는 요즘 하늘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예년에는 감자파종을 마쳤어야 할 시기인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와 파종은 고사하고 비닐 씌우기 작업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농기계가 밭에 들어가야 하는데 땅이 질퍽거려 기계가 밭에 들어가지 못한다”면서 “비 때문에 예년에 비해 10일 가량 파종이 늦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잦은 비와 저온현상 등 변덕스런 봄 날씨 탓에 강원지역 농심(農心)이 타들어 가고 있다.

29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춘천과 강릉 등지에는 각각 15일간과 11일간 비가 내렸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더욱이 같은 기간 춘천과 강릉의 평균기온은 연 평균기온보다 2.2∼2.7도 낮았다.

평창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함원호(61)씨는 “예년에는 4월 20일쯤 파종을 모두 마쳤는데 올해는 농가 10곳 중 7곳이 파종을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8월 중순 수확을 하기 때문에 파종 시기가 늦어질수록 생산량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구에서는 매년 4월 중순부터 곰취가 본격 출하되지만 올해는 저온현상으로 내달 5일부터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곰취 생산농가에는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감소해 주문량을 맞추느라 농민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올해 감자 등 밭작물의 파종과 함께 배 복숭아 사과의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5일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