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자존심의 문이 새로 열리다… 5월 4일 복구완료 기념식
입력 2013-04-29 20:29
2008년 2월 11일 새벽 혀를 내미는 불길 속에 서울 숭례문 누각이 무너져 내리던 날, ‘문화 한국’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국보 1호를 살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7억원이 넘는 성금이 모금됐다. 복구 현장을 다녀간 일반인은 2만8000명이 넘었다. 복구 과정에는 대목장, 단청장 등 장인들의 숨은 노력 못지않게 국민 염원도 담겨 있었던 것이다.
숭례문이 5년3개월의 복구 대장정을 마치고 마침내 국민 품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29일 그간 복구 현황과 복구 이후 달라진 점에 관한 내외신 언론 현장 설명회에서 오는 4일 숭례문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복구 완료를 고하는 기념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국민 앞에 다가선 숭례문은 이전과는 좀 달라졌다. 원형에 더 가까워진 것이다. 기존에 없던 성곽이 좌로 16m, 우로 53m 복원됐다. 원래 조선시대 한양 도성 안을 드나들던 문이라는 느낌이 다가온다. 용마루는 길이 15.7m에서 16.8m로 1.1m 길어졌다. 동측 계단 폭은 변형 2.9m에서 5m로 늘려 일제시대 변형되기 이전으로 돌아갔다. 지반도 조선 후기 때와 같이 30∼50㎝ 가량 낮아졌고, 바닥에는 박석을 깔았다. 관리주체도 서울시 중구청에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로 이관됐다.
지난한 복구 과정에는 대목장, 단청장, 대장장, 번와장 등 전통 장인들의 고뇌와 땀이 함께했다. 설명회 현장에 온 숨은 주역들은 감회를 감추지 못했다. 숭례문 복구의 핵심으로 문루 1·2층 목공사를 총책임진 도편수 신응수(71) 대목장은 “소나무는 천년이 간다고 하지 않느냐. 천년이 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숭례문 복구를 목표로 했다”며 “모든 장인들이 힘을 합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홍창원(59) 단청장은 “고증을 거쳐 전통기법과 전통재료를 사용해 조선 초기의 단청을 살렸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이근복(64) 번와장은 “용마루를 통해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 기와만의 단아한 미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며 “튼튼한 기와를 위해 시멘트가 아니라 생석회를 썼는데, 이게 성능을 잘 발휘해 천년을 변함없이 버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숭례문, 문화의 새 문이 열리다’는 슬로건과 ‘상생’을 주제로 내세운 4일의 기념식 행사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가 총감독을 맡았다. 오후 2시부터 4시간가량 진행되는 행사는 문화유산의 후손 전수를 기원하는 어린이 합창에 이어 명예수문장이 경축행사 개막을 알리는 북을 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경과보고, 현판 제막식, 주빈 경축사를 거쳐 숭례문 복구 완료를 고하는 고천(告天) 공연이 펼쳐진다. 복구한 숭례문 문을 열어 성 안팎을 연결하는 개문(開門) 의식도 진행된다. 기념식에 앞서 1일 종묘에서는 숭례문 복구를 선대왕께 고하는 ‘고유제’가 열린다.
이윤택 기념식 총감독은 “숭례문 복구를 통해 국가의 대문을 다시 세우고 우리 문화의 힘을 보여줄 수 있게 돼 보람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을 집들이한다는 기분으로 신명나는 판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숭례문은 기념식 이후 국민에게 무료 개방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하되 5월에는 관람시간이 1시간 연장된다. 또 18일부터는 문루 상부(1층)를 매주 토·일요일 특별 관람할 수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