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광무] 대체공휴일과 ‘콜럼버스의 달걀’

입력 2013-04-29 19:34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 12년에 관청 사역인의 아내가 출산하자 한 달간의 휴가를 주어 아내를 돌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쓰기가 쉽지 않은 ‘남편의 출산휴가’가 조선시대에 시행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세종 23년에는 “이제 한 더위를 당하여서 옥중의 괴로움이 보통 때의 갑절이 될 것이니 가벼운 죄로 갇힌 사람은 보방(保放)하고 추고(推考)하라”고 했다. 죄수들에게 여름휴가를 준 것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일찍이 사람 중심의 여유와 배려의 문화가 존재했다.

하지만 부존자원과 기술의 일천함으로 오로지 근로자의 성실과 열정에 기대 양적 성장을 추진하던 초기 산업화시대 이래 장시간 근로문화가 우리도 모르게 고착화됐다. 기업에서는 초과 및 휴일근로가 만연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선배들은 개인생활도 기꺼이 포기하면서 생산활동에 전념한 결과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제 산업구조와 경제현장, 그리고 생활행태는 너무나 달라졌다. 무조건 장시간 근로에 매달려서는 경제성장도, 새로운 고부가가치도, 창조적인 일자리도 만들 수 없는 세상이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대체공휴일제 도입 논란은 ‘휴일’에 대한 인식차이에서 기인한다. 지금 경제가 어려운데 일을 더 해야 한다거나 휴일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휴일이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에 버금가는 창조적인 사고활동이요, 경제활동이며, 노동생산성 증대를 위한 재충전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 휴일이 늘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다. 한류의 빛나는 별들을 보라.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이나 했겠는가.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빠를 것이다.

지금 경기침체의 큰 원인이 소비 위축에 있는 만큼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돈이 돌게 해야 한다. 휴일 증가로 내수가 살아나면 국민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경제 체질이 튼튼해지고 패러다임이 변하면 시간제와 일용직 등 임시직 근로자가 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기회도 늘 것이다.

대체공휴일제를 통해 국내외에서 검증된 것처럼 경기부양과 삶의 질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제를 시행할 경우 사회경제적인 순편익은 24조5000억원이며, 11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우리 국민의 열정과 창조적 활동으로 인해 갈수록 더 확산될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대체공휴일제와 요일지정공휴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됐다.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된 대체공휴일제 시행과 함께 국내 관광수요 증대로 관광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여가문화와 관련된 새로운 업종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다. 그 자체가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신성장의 탄력을 잃을 뿐 아니라 미래의 꿈과 기회도 놓친다.

제조업 중심의 일부 기업이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신규 고용에 따른 조세 감면과 일자리 창출 지원금 확대 등 일정한 보전책을 적극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광무 문화관광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