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안전불감증의 부메랑

입력 2013-04-29 19:34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타산지석으로 각 기업들이 자체 안전점검을 하거나 해당 정부기관에 의해 전국 사업장에 일제점검이 이뤄진다. 그런데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안전사고가 이어지는 데는 기업들과 관리감독 기관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 특단 대책뿐만 아니라 관련 법규 정비가 절실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3일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누출사고 발생 해당업체에 매출액의 최대 2분의 1까지 과징금 부과, 사고로 사람이 숨지거나 다칠 경우 3년 이상의 금고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수급인의 위반행위를 도급인 책임으로 간주 등이 골자다.

사고 낸 기업이 더 책임져야

사고 기업에 책임을 보다 강력하게 묻는 내용이다.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기업이 안전에 대한 법규 준수보다 온갖 책임 회피에 골몰하고 있으니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령을 보완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즉각 성명을 내 “졸속 처리니 법안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과도한 행정제재로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고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기업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나 보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지난 1월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는 국내 유해화학물질 안전과 관련해 중대한 사건이다. 최고 글로벌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고,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를 확인케 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1934건이나 됐다. 경기도는 두 달 전 정기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더구나 삼성 공장은 1998년 녹색기업 인증을 받아 정기점검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받아왔고, 다시 인증을 신청한 상태였다.

삼성전자 측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확약했지만 20일 만에 울산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울산시는 관계기관들과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시스템을 재정비했고,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 대응훈련까지 했지만 한낱 쓸모없는 행위가 되고 말았다. 더 이상 기존 시스템과 법규로는 아무도 어떤 변화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고스란히 입증했다. 지난해 9월 구미공단 불산 누출사고로 마을 전체가 소개되는 심각한 상황이 있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불산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사고로 시끄러운 상황인데도 지난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저장탱크 폭발사고가 났다. 대림산업 사고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1002건이었다. 할 말을 잃게 한다.

안전에 기업·기관 따로 없다

환경부는 2002년 지자체에 위임했던 유독물 관리 업무를 완전 이양키로 했다가 다시 국가사무로 회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에 안전행정부가 중앙부처 업무로는 관리감독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효율적 예방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정부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 속에 주민들은 가슴 졸이는 시간을 또 얼마나 보내야 할지 답답하다.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1328∼98)의 판단은 명쾌했다. 명나라 최대 부정부패사건인 호부상서 곽환(郭桓)의 횡령사건이 터졌다. 관리들이 짜고 10년간 관아의 곡식과 조세를 어마어마하게 사취했다. 사형당한 중앙 및 지방 관리 수만 1만명에 달했다. 주원장은 “억울하다”는 항변들에 대해 “간사한 관리들이 가혹하게 세금을 거둘 때마다 아무도 막지 않았고, 부패한 관리들이 강제 징수할 때도 아무도 백성을 측은해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함께 횡령을 한 것과 같으니 무슨 구분할 만한 게 있는가?”라고 단호한 입장이었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