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초래할 수 있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입력 2013-04-29 19:31

전주국제영화제에서 27일 처음 공개된 이른바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정부 의 공식 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영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으로 파장을 일으킨 정지영 감독이 기획·제작했다. 백승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정 감독은 이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공유하고 있는 문제가 수면에 가라앉아 있으니까 이걸 다시 한번 고민하고 토론해보자는 것이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 중 일부는 “이 영화는 소통이 아닌 갈등과 혼란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영화”라고 지적했다.

이 영화는 정 감독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여러 면에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영화 제작진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다큐멘터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 없이 그 전개에 따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말한다.

사실에 근거하는 듯한 구도를 취하지만 허구를 가미하거나 객관적인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끌고 갈 경우 제작진은 영화 끝부분에 관련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하는 것이 통례다. 본래의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팩트 자체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천안함 프로젝트’에서 통례대로 자막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천안함 폭침과 조사 당시 일부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강조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 선박 구조·구난 잠수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의견 등을 주로 소개한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와 신씨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암초에 의한 좌초설을, 신씨는 천안함이 좌초 후 표류하다가 다른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영국 스웨덴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 70여명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제작진이 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증거와 확인한 내용은 없다. 이 점은 제작진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영화를 통해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 종북주의자로 몰린다. 의심은 소통의 출발점인데 우리 사회는 소통이 부재하다’고 말한다. 허위 사실을 조합해 만든 영화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을 예상하면서 소통을 주장하는 것은 궤변일 따름이다.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아쉽겠지만 개봉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