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도 긴축정책은 그만…” 유럽 국가들 반발 확산
입력 2013-04-29 19:04
정부의 재정지출 삭감과 복지혜택 축소로 대표되는 긴축정책에 일부 유럽 국가의 반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 주도로 이뤄지는 엄격한 긴축정책에 구제금융을 받은 아이슬란드와 스페인 등이 정책전환을 도모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인구 32만명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28일(현지시간) 최종 집계된 총선투표 결과, 중도 우파인 독립당과 진보당이 각각 19석을 확보해 전체 63석 중 38석을 차지했다.
2009년 총선 당시 좌파 연정인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지 4년 만에 정권을 되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독립당 등의 승인으로 긴축에 지친 유권자들이 경제성장을 중요시하는 중도 우파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아이슬란드는 85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16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반(反)긴축 움직임은 아이슬란드만이 아니다. 2개월여의 정국 혼란을 마치고 28일 정식으로 출범한 이탈리아 역시 민주당의 엔리코 레타 부당수가 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첫 일성이 “더 이상 긴축은 불필요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처방한 경제위기 해법인 긴축이 더 이상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레타 총리는 긴축보다는 경기부양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구제금융설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유로존 내 3위의 경제규모인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 유로라는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은 스페인 역시 긴축에서 성장 쪽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스페인이 정책 전환을 도모하는 이유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올 1∼3월 실업률이 27.2%, -1.5% 성장이라는 참담한 경제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1분기 실업률 통계는 1970년대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적으로 후안 카를로스 국왕의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는 등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경기부양으로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다.
특히 IMF와 유럽연합(EU) 등이 정부의 재정적자 목표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5%에서 6.3%로 완화해줘 경기부양을 위한 여지가 있는 편이다.
구제금융을 받는 스페인 등의 반긴축 움직임에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6일 드레스덴에서 이례적으로 균형 재정을 강조하는 등 긴축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