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막기 나서
입력 2013-04-29 18:53 수정 2013-04-29 22:31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 등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29일 국회를 방문해 신중한 처리를 요청하며 입법 저지에 나섰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을 비롯한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과 만나 경제민주화 법안, 정년연장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해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매출의 10%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고,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임금피크제 등이 연계되지 않으면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하도급법과 정년연장법을 예로 들며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 효과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 체제 정비가 덜 돼서 여러분께 손발이 맞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듯하다”며 “기업들이 미래 불확실성을 적게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 대행도 “대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주면 여당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부회장단은 여당 원내지도부를 만나기에 앞서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만나 재계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재계 움직임이 관련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라며 강력 반발했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으로, 여야가 조속 처리키로 합의한 공통 공약의 핵심”이라며 “새누리당은 경제5단체의 입법 저지 로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재계가 관련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목전에 두고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공교롭게도 부회장단이 다녀간 법사위에서는 재계가 반대하는 법안이 줄줄이 처리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법사위는 경제민주화 3대 법안 중 하나인 하도급법을 심사했으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한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 6인협의체에서 합의한 사안인 만큼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하도급법 외에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정년연장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재계가 반대한 법안들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이들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