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위 현대車 ‘금고 풀기’ 솔선

입력 2013-04-29 18:35 수정 2013-04-29 22:11

현대자동차그룹이 1조1200억원을 신규 투자해 자동차용 첨단소재 생산용 공장을 새로 짓는다. 주요 대기업이 경기침체 장기화와 엔저, 경제민주화 등을 이유로 신규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계획 발표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데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9일 충남 당진에 공장 2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각각 자동차 부품의 필수 소재인 특수강과 철 분말 생산 공장이다.

재계 2위인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는 정부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정부는 경제 살리기가 성공하려면 대기업들이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이를 주문했지만 그동안 선뜻 나서는 대기업이 없었다. 나라 안팎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드라이브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도 있다. 따라서 현대차가 재계 투자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7일 물류와 광고 분야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대폭 줄이고 중소기업과 일감을 나누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칭찬했다. 현대차가 연이어 박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 화답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가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신설하는 두 공장은 연간 차세대 특수강 100만t, 철 분말 2만5000t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약 6조1000억원의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2만2000명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특수강과 철 분말을 자체 생산하게 됨에 따라 품질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특수강은 국내 전체 수요의 약 30%를, 철 분말은 전량을 수입해 쓰고 있어 수입 대체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