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땅주인 누구… 대법 사상 첫 현장검증

입력 2013-04-29 18:06

대법관들이 군산·김제·부안 간 행정구역 경계 다툼 해결을 위해 새만금 방조제를 직접 방문했다. 대법원 사상 첫 사건심리 현장검증이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9일 전북 김제시와 부안군 등이 “3, 4호 방조제 및 다기능 부지를 군산시 관할로 한 결정을 취소하라”며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 현장검증을 벌였다. 박 대법관은 “새만금 관할을 어디로 할 것인지는 국가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인 만큼 현장검증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1부 소속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 대법관도 모두 참여했다.

대법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군산시와 김제시·부안군 측은 새만금 방조제 초입 공원 입구를 선점하려고 신경전을 벌였다. 대법관을 서로 먼저 영접하기 위해서였다. 개정 선언 후 대법관들은 3, 4호 방조제 위로 난 도로를 달렸다. 대법관의 관용차를 선두로 지자체 차량까지 50여대의 차가 10m 간격으로 비상등을 켜고 줄지어 달렸다. 오른쪽은 바다, 왼쪽은 담수호가 펼쳐져 있었다.

10분가량 17㎞를 달려 새만금 33센터에 도착했다. 7층 전망대는 ‘법정’으로 바뀌었다. 김제시는 “해상 경계선은 일제시대 수탈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국제기준인 하천을 따라 경계를 설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안군도 “생활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반면 군산시는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도 관할을 군산시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건 당사자들은 새만금 방조제, 다기능 부지, 새만금홍보관 곳곳에서 열띤 주장을 펼쳤다. 대법관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는 반나절이 꼬박 걸렸다. 새만금 도로와 홍보관 등 주변은 대법관들과 각 지자체 관계자, 취재진 등 200여명이 몰려 붐볐다. 당초 박 대법관은 헬기를 타고 전체를 둘러보려 했으나 흐린 날씨로 헬기 탑승은 취소됐다.

안전행정부가 2010년 해상경계선에 따라 3, 4호 방조제 구간 귀속 지자체를 군산시로 결정하면서 지자체 간의 ‘땅 싸움’이 시작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2호 방조제도 군산시 관할이 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간척지 가운데 71.1%, 방조제는 94%가 군산시 몫이 된다. 김제시는 관할 방조제가 없다. 바다로 나갈 길이 막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차 변론을 진행했던 대법원은 현장검증을 바탕으로 2차 변론 기일을 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매립지 귀속과 관련한 지자체 간의 소송은 2009년 4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대법원이 단심(單審)으로 판단한다. 여의도 면적 140배가 넘는 새만금 간척지 4만100㏊의 주인 결정 과정에 대법원이 어떤 의견을 낼지 주목되고 있다.

새만금=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