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연임 않겠다… 세계적 CEO 되실 분 오셨으면”

입력 2013-04-29 19:31 수정 2013-04-29 22:23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이 오는 7월 12일 임기를 끝으로 떠나겠다고 밝혔다(국민일보 15일자 15면 참고). 후임으로는 민간 금융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권위자가 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어 회장의 마지막 말에는 성공적인 ‘뱅커(Banker·은행원)’보다 대학총장으로 기억되는 것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어 회장은 29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다음 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기 전에 제 뜻을 밝히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사외이사진에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다”고 선언했다.

어 회장은 부임 후 KB금융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인재 양성, 독립성 확보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과거 인사나 대출 등 업무에서 외부의 청탁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지주 회장으로 있는 동안 외부의 청탁 없이 철저히 독립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부임 초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소신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어 회장은 실적 압박에 시달려 대형 사업을 벌였던 과거의 ‘낙하산 회장’과 달리 내실화에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권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으로 ‘비만증’을 앓던 KB금융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을 공채 출신 최초로 내부 승진시켜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역량 강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의 인수·합병(M&A) 실패가 발목을 잡았다. ‘대선 리스크’로 우리금융 인수 작업을 포기한 데 이어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마저 수포로 돌아가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진과 빚은 마찰이 외부로 표출되며 리더십에도 상처를 입었다.

어 회장은 후임 회장 인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인사냐 아니냐, 정부 관계자냐 대학교수냐 하는 것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며 “심지어 세계 주요 은행은 외국인이나 정부 관계자를 모셔올 정도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LG전자 CEO처럼 세계적인 CEO가 될 수 있도록 한국 민간분야의 금융기관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그는 KB금융 회장 자리를 떠나는 회한을 내비쳤다. 의대교수가 대학에서 좋은 강의를 하면서 동시에 병원에서 수술도 하는 것처럼 30년간 국제금융을 가르쳤던 자신도 학교가 아닌 금융 현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고 했다.

어 회장은 “학교를 떠나 금융업계에서 여러 성공을 거뒀지만 그동안 은행장들이 찾아온 적은 없었는데 대학총장은 4명이나 찾아와 조언을 구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자신을 금융전문가가 아닌 대학총장으로 여긴 세상의 시선에 대한 서운함으로 읽힌다. 그는 “앞으로 학교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고 남들처럼 작은 일, 그러나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