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진술확보가 핵심” 속전속결… 정공법 택한 檢
입력 2013-04-29 18:06 수정 2013-04-29 22:20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전격 소환조사 배경·전망
검찰이 29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전격 소환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신속 행보다.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있는 심리정보국 책임자와 그 윗선을 바로 치고 들어가는 ‘정공법’을 택했다.
◇왜, 지금 불렀나=검찰은 지난 26일 원 전 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25일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을 불러 10시간 이상 조사한 직후다. 27일에는 민 전 국장의 직속상관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소환 조사했다. 중간 고리인 민 전 국장을 시작으로 ‘위’로 올라가는 양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을 꾸릴 때부터 민 전 국장-이 전 차장-원 전 국장 순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며 “수사의 큰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조기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검찰 말대로라면 원 전 원장 조사는 수사 토대를 다지기 위한 ‘초벌 수사’ 성격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직 구성 및 업무 등이 철저히 비밀로 부쳐져 있고, 엄격한 상명하복식 구조를 갖춘 국정원을 상대로 한 수사여서 핵심 인물 진술 확보가 사건 실체 접근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을 곧바로 부른 것은 4개월간의 경찰 수사와 야당 등이 공개한 자료 등을 통해 객관적 정황을 드러내는 기초 자료를 상당 부분 축적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최소 25차례 올린 배경과 지시 사항이 실제 인터넷 댓글 작업 등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히 여론조작이나 국내 정치 개입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말씀’ 내용이 같은 시기 정치·사회 현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항목별로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통합당 등은 국정원이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인터넷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국내 정치 현안에 불법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달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월권 행위 여부도 수사할 듯=원 전 원장은 앞으로도 1∼2차례 더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은 최소화하려고 하는데, 오늘로 다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등이 인터넷상에서 ‘댓글 작업’을 한 것이 대북 심리전을 위한 정당한 직무 수행이었는지, 특정 의도를 가진 정치 개입이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일부 포털 사이트에서 정치·대선 관련 댓글을 단 특정 아이디(ID)의 회원에 대한 개인정보도 확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증거 확보 차원에서 조만간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정원이 4대강 사업 등의 정책을 지원·홍보하기 위해 다른 부처 공무원들을 동원하거나 월권행위를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과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법리 검토까지 끝낸 수사 막바지에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여권 정치인으로의 수사 확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 그렇게 (기사를) 쓰면 오보이거나,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