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 ‘대저 토마토’ 개발논리에 존폐위기

입력 2013-04-29 17:55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60여년 전통의 부산 강서구 ‘대저 토마토’(일명 짭짤이 토마토)가 개발논리에 밀려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 강서구와 대저농협은 강서구 일대에 조성되는 에코델타시티 개발사업에 수용되는 농가는 모두 650여 가구라고 29일 밝혔다. 이 중 토마토 재배농가는 전체 토마토 재배면적 250㏊의 46%에 이르는 115㏊가 강제 수용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지역 농민들이 재배하는 대저 토마토는 당도와 맛 등이 뛰어나 지난해 지리적 표시 제86호로 지정됐다. 지리적 표시는 60여년의 재배역사와 특별한 맛 등을 고려해 지정된 만큼 지역을 벗어나면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토마토 재배 농민들은 대체 부지를 대저동 내에 마련해 줄 것을 부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용규(55·대저 2동)씨 등 농민들은 “부산시와 정부가 이번 개발로 수용되지 않은 인근 대저 1동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토마토 농가들이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부산시와 수자원공사의 에코델타시티 개발계획 발표 이후 이 일대 농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대체부지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또 토마토 재배농가의 90%이상이 임대농이라는 것이다. 임대농의 경우 토지보상과는 관계가 없고, 영농보상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농가의 피해보상 대신에 인근 경남지역 농가들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영농보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들의 실제 소득과는 보상기준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 뻔하다.

시 관계자는 “토마토 재배농가들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임대료도 제각각이고 현재와 같은 규모의 대체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서구, 농협 등과 농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저 토마토는 일조량과 미네랄성분이 풍부한 낙동강 하구 삼각주에서 재배된다. 크기가 일반 토마토의 절반이지만 당도가 3배 이상 높아 일반 토마토에 비해 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