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는데… 대상포진 방치땐 신경통 온다
입력 2013-04-29 17:12
과로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리기 쉬운 몸살감기와 비슷해 보이거나 자기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부딪친 충격으로 생긴 근육통같이 여겨져 조기 진단 및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이 있다. 바로 해마다 봄철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대상포진이다. 국내 피부과 의사들이 이 대상포진 퇴치 캠페인에 나선다. 대한피부과학회(이사장 계영철·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제11회 피부건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간 ‘대상포진 제로’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9일 밝혔다. 대상포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조기 진단 및 치료, 그리고 예방 활동을 통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 0%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피부과학회는 앞으로 대상포진 환자가 국내에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전국의 회원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며 온·오프라인 예방과 치료법 홍보 및 교육도 병행할 계획이다. 계영철 피부과학회 이사장은 “과거 노쇠한 노인들에게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대상포진이 요즘엔 비교적 젊은 나이랄 수 있는 30∼50대 중·장년층에게도 많이 생겨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원인은 몸속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대상포진은 2∼10세 아이들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바리셀라 조스터’(수두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병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세포 속에 숨어 지내게 되는데 20세 이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주변 신경으로 퍼지면서 띠 모양의 물집(대상포진)을 유발하고 심한 통증도 일으킨다.
이 병은 초기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시작된다. 전신 권태감이나 발열, 오한(추워서 몸이 떨림)과 함께 속이 메스껍거나 아프고 설사가 나기도 한다. 이후 어느 날 갑자기 3∼10일간 특정 부위 피부가 몹시 아프면서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형태로 진행된다.
따라서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고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오락가락 이어지는 가운데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 몸의 어느 한 쪽 부위에만 나타날 경우 한 번쯤 대상포진을 의심해봐야 한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소위 숨어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좌우로 한 가닥씩 나와 퍼지는 신경 줄기를 따라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처음엔 작은 물집이 드문드문 나타나다가 점점 뭉치면서 띠 모양으로 변한다. 그러다 그 물집의 껍질이 점점 딱딱해지고, 1∼2주 후 딱지가 떨어지는 과정을 밟는다.
◇치료 지연 시 후유증 ‘포진 후 신경통’ 경계해야=문제는 이 시기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는 사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란 대상포진이 사라진 뒤에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신경통이 계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 마취통증클리닉을 방문, 해당 신경을 약물로 차단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과 의사들이 흔히 대상포진을 방치할 경우 후유증으로 신경통에 계속 시달리게 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후유증을 피하려면 피부 발진 발견과 동시에 적절한 약물을 선택, 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약은 필요에 따라 먹는 약과 환부에 바르는 약, 주사제 등이 있다.
치료 중에는 되도록 찬바람을 쐬지 말고, 목욕을 할 때도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닦는다. 또 어쩌다 물집을 잘못 다뤄 터트려 상처가 생겼을 때도 자극성 강한 반창고를 붙이기보다는 항생제가 포함된 거즈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과로하지 말고 스트레스도 잘 관리해야 예방=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약할 때 발병하기 쉽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선 평상시 건강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트려 신경세포 속에서 잠자던 수두 바이러스를 깨우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또 과음이나 과식, 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균형 잡힌 식사로 저항력을 키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김찬 기찬신경통증클리닉 원장은 “어릴 적 앓은 수두에 비해선 전염력이 약하긴 해도 발병 시 수두를 앓은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과 어린이, 노인, 환자 등 노약자와의 접촉을 완치 판정 때가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