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V20과 2부강등 차이는 리더십… 퍼거슨 vs 레드넵
입력 2013-04-28 18:49
겉은 호랑이 같고 안은 여우같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그렇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스타라도 팀 분위기를 해치면 가차 없다. 2003년 데이비드 베컴(38·파리 생제르맹)과 일으킨 ‘신발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경기 후 베컴과 말다툼을 벌였다. 화를 삭이지 못한 퍼거슨 감독은 베컴의 신발을 걷어찼다. 신발은 베컴의 머리에 맞았고, 눈썹이 찢어졌다. 베컴은 결국 4개월 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야 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겐 한없이 너그러웠다. 박지성(32·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게 그랬다. 퍼거슨 감독은 자기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상대 팀은 물론이고 팬들과 미디어에게까지 독설을 퍼붓는다. 퍼거슨 감독은 뛰어난 리더십으로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팀의 20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팀보다 큰 선수는 없다.” 퍼거슨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퍼거슨 감독과 대비되는 감독이 있다. 바로 해리 레드냅(66) QPR 감독이다. 4승12무18패(승점 24·19위)로 사실상 2부 리그 강등에 처한 레드냅 감독은 “골잡이가 없으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며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더욱이 감독으로서 해선 안 될 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그는 28일 “팀 내 연봉이 다른 선수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로빈 판 페르시(맨유)나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같이 일주일에 13만(약 2억2000만원)∼14만 파운드(약 2억4000만원)를 버는 선수들과 함께 뛰는 건 아무 문제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모두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팀 동료 가운데 고액 연봉자를 두고 ‘저 선수는 그렇게 잘하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레드냅 감독의 이런 발언은 박지성과 조세 보싱와, 에스테반 그라네로 등을 겨냥한 것이다. QPR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이들은 영입했다. 그러나 레드냅 감독은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며 이들을 외면했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 주장직 박탈 등으로 인해 점점 입지가 좁아졌고, 결국 올 시즌 이후 팀을 떠나야할 처지에 몰렸다.
그럼 이들에게 활약을 보일 기회를 제대로 주긴 했던 걸까? 레드냅 감독은 ‘나홀로 축구’를 하는 아델 타랍과 자신이 데려온 로익 레미, 크리스토퍼 삼바 등을 적극 기용했다. 그러나 결국 패착이 되고 말았다. QPR은 성적이 떨어지자 불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몰락하는 팀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아무 잘못 없고 모두 선수 탓’이라고만 하는 레드냅 감독. 숱한 업적을 남겼고, 잉글랜드 사령탑 후보로까지 거론된 감독 치곤 너무 수준이하다.
레드냅 감독은 QPR 선수들을 이끌고 오는 7월16일 열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박지성과 윤석영(23)은 계약 조건상 QPR의 일원으로 19일 열리는 경남FC와의 친선경기에 출장하게 돼 있다. 이날 포항에서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과연 어디에 팬들의 시선이 더 많이 쏠리지 궁금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