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자 활성화 위해 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풀어라
입력 2013-04-28 18:40
기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적극 나서야
정부가 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한 것은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는 걸림돌을 제거해야만 추경까지 편성하면서 시도하는 경기부양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기업도 돈을 곳간에만 쌓아두고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이 2008년 말(923.9%)보다 무려 517.8% 포인트나 증가한 1441.7%로 집계돼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내부 돈 쌓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생산적인 부분에 투자하지 않고 묵혀놓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듯싶다.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는 데는 세계경제 침체와 북한발 안보불안 등 외생적 요인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가 경제민주화 깃발을 내세워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옥죈 것도 큰 요인임에 틀림없다. 내수 부진으로 새로운 투자 대상도 없는 데다 기업 규제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한국경제의 성장 회복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2%대 성장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투자 없이는 경기 회복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대내외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의 경기 부양책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더라도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정부가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인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에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하니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업들 역시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를 때 수출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고 좋아하고,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 위기라며 투자를 꺼리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경기침체를 탓하며 눈치만 보면 기업활동은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경제활동에 쓰이지 않고 곳간에만 쌓인 ‘죽은 돈’의 규모가 커지면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투자를 할지 말지는 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채찍질하며 억지로 투자하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올가미를 없애고 당근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건만 조성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게 돼 있다.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정부의 획기적 지원과 규제 개선에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더해지면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