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적반하장, 지나가던 소도 웃는다

입력 2013-04-28 18:38

국제사회가 한반도 긴장 상황과 관련해 공유하고 있는 인식 중 하나가 개성공단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쪽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한반도 주변에서의 한·미 양국 군사훈련을 핑계 삼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시사로 맞대응하더니 느닷없이 개성공단을 흔들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데 이어 입주 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군사적 대치와는 전혀 무관할 뿐 아니라 남북화해의 상징이기도 한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도 일축했다. 개성공단에 있던 남측 관계자 철수 사태도 개성공단을 놓고 협박 수위를 높여 간 김정은이 초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담당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은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을 ‘청와대 안주인’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말은 비켜갔다. 철이 없다고 해야 할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야 할지, 정말 딱하고 한심스럽다.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광신도 집단’이라는 지적도 절로 떠오른다.

개성공단을 고사시키든, 정상화시키든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하겠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자 전원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힌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과 관련한 겁박은 이제 거의 효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북한 당국이 이성을 회복해 공단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 이 경우에도 다시는 개성공단을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등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배달된 ‘괴소포’와 관련한 헛소리도 집어치우는 게 좋다. 노동신문은 28일자에서 “남조선 각 계층 인민들은 쩍하면 호전적 망발을 내뱉으며 전쟁의 불집을 터치지 못해 발광하는 호전광 김관진을 한목소리로 단죄규탄하고 있다”며 그 증거가 김 장관에게 배달된 소포라고 주장했다. ‘입 건사나 잘하라’ ‘폭탄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등 막말도 퍼부었다.

김 장관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한두 차례가 아니다. 김 장관 사진을 사격용 과녁에 사용하는 모습이 공개된 적도 있다. 하지만 김 장관에게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고 있는 호전광’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걸핏하면 미사일과 핵무기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은 그 누구에게도 ‘호전광’ 운운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