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甲노릇 이제 그만…” 포스코의 자성

입력 2013-04-28 18:29 수정 2013-04-28 22:42


“창피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포스코 문화 45년간 갑(甲) 노릇만 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항공기 승무원 폭행 사건을 계기로 포스코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68년 창립 이래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늘 우월적 지위를 누려오면서 몸에 밴 ‘갑 행세’에 대한 성찰이다.

포스코 황은연 CR본부장(부사장)은 26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이 사건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철저히 자기반성을 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격적 결함이 있는 개인에 의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우월적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사실 포스코가 철강재를 공급하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그동안 포스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황 부사장은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체의 임원, 힘주고 있는 부장, 직원에게 우리가 교보재를 제공했으니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인들에게 ‘너희가 할 것을 우리가 다 대신했으니 저작권료를 내라’고 했다”면서 “대기업이나 힘 있는 기관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두 비슷한 잘못을 하지 않도록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에 밴 갑 행세를 극복하는 방법은 겸손을 실천하는 것이란 당부도 있었다.

그는 “우리는 겸손을 철학적으로 힘들게 (설명)하지만 미국에선 ‘상대를 나보다 위에 놓는 것’이라고 참 쉽게 정의한다”고 덧붙였다.

황 본부장은 28일 “내부적으로 우리끼리 반성하는 말을 그대로 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우리 기업이나 힘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이 약자를 배려하는 계기로 삼자는 뜻”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최근 운영회의와 신임 임원 특강에서 “포스코가 그간 쌓아온 국민기업으로서의 좋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적인 일”이라며 “임직원 모두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에너지 임원 A씨는 지난 15일 대한항공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라면 등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여승무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은 끝에 사직했다.

재계는 포스코의 자성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포스코의 자성은 우리 기업들이 국민들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사례”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